"무노조 월마트는 세계 경제의 실험대"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09.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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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론 크레이머 BSR 대표

↑아론 크레이머<br>
ⓒ국가인권위↑아론 크레이머
ⓒ국가인권위


"미국 기업 중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성공사례는 GE와 월마트다."

무노조경영의 월마트가 CSR을 잘한다니? 하지만 미국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의 아론 크레이머 대표는 18일 국가인권위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두 기업을 '성공사례'로 딱 짚어 말했다.

GE의 CSR에 대해선 누구도 반박하기 어렵다. 이 회사가 '이코마지네이션(Ecomagination)이라는 혁신적 환경경영 전략으로 매출을 늘렸다는 소문은 한국 경영계에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월마트는 다르다. 철저한 사전봉쇄를 통한 '무노조 경영', 저임금 고용, 저가격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생산자들의 경영난, 입점지 중소상점들의 폐점, 이로 인한 지역경제의 혼란 등등 월마트 신화의 '그림자'는 세간에 자자하게 알려져 있다.

크레이머 대표 역시 "월마트의 노동관행은 조만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월마트의 CSR가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



그는 "세계 경제에 근본적 전환이 있었다"고 말한다. "과거와 달리 사람들이 자신을 '생산자'라기보다는 '소비자'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철저히 소비자에 중심을 두는 사업모델이다. 최근 미국에선 소비자 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이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소비에 국경이 사라졌다."

포드모델은 달랐다. 포드는 종업원에게 자사의 자동차를 살 만한 소득을 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한 마디로, 생산자 중심으로 소비를 본 것이다.


"포드가 처음 생산 시작했을 땐 정부도 생산자가 사회의 존중을 받고 생산 활성화하는 데에 정책의 중심을 뒀다. 하지만 이후 경제 기반은 포드모델에서 월마드모델, 즉 생산자 경제에서 소비자 경제로 이동(Shift)했다."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관점으로 월마트를 보면 많은 의문이 풀린다. 종업원에게 가혹한 월마트는 '저가격 정책'으로 소비자 경제에 기여한다.



크레이머 대표는 "월마트 소비자가 연간 아낄 수 있는 생활비가 2500달러"라고 전한다. 하긴,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사이트'도 월마트가 1985~2004년에 소비자물가를 3.1%, 식료품 물가는 9.1%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월마트의 환경 경영 또한 '저가격 정책'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에너지, 물, 상품 포장을 아끼면 환경도 지킬 수 있지만 무엇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월마트는 올해까지 2년 연속 포춘지가 선정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크레이머 대표는 "월마트는 세계경제의 실험대"라고 말했다. 싼 임금 덕분에 저렴한 물건 앞에서 세계인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크레이머 대표는 우리에게 반문한다. 당신은 소비자인가? 생산자인가? 시민인가?



"우리 사회를 시민의 집합으로 볼건지, 아니면 여러 생산자들의 집합 혹은 소비자의 집합으로 볼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세가지 집단과 사회의 관계는 한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상쇄 요소를 고려하게 한다."

그는 월마트의 광고 캠페인이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12일 선보인 월마트의 새 슬로건은 '돈을 아껴라, 더 나은 삶을 살라(Save Money. Live Better)'다. 지난 19년간 썼던 슬로건은 '언제나 저렴한 가격(Always Low Prices)'이었다.

"저가로 판매를 늘리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월마트도 인식하고 있다. 최근 국경이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모든 기업은 월마트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그런 점에서 정유회사 '쉘'은 전범이 된다."



쉘은 10~15년 전과 달리 외부 비즈니스 파트너와 강하게 협력한다. 중요 사안에 대해 외부 의견을 반영하는 경영구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쉘은 부정적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였다"고 크레이머 대표는 평가했다. 그가 말하는 CSR의 핵심, 월마트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추구해야 할 '가치'는 아마 '공존'일 것이다.

한편, 크레이머 대표가 재직하는 BSR은 미국의 비영리 CSR컨설팅기관으로 1992년 창립됐다. BSR은 기업에 인권정책 수행, 차별금지 등 공정한 노동 전략 수립, 교육, 이해관계자와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기업과 인권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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