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신정아씨 사태에 좌불안석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권화순 기자 2007.09.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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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록 총재와 실무자 줄 소환.."또 희생양되나" 볼멘목소리

검찰 수사의 베테랑격인 대검 중앙수사부의 가세로 신정아씨 사태가 새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최고경영자가 연루된 산업은행이 좌불안석이다.

산은 내부에서는 정책자금을 담당하는 정부 산하 금융기관인 탓에 정부가 공격을 받을 때마다 '희생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토요일인 15일 오후 부터 16일 새벽까지 검찰에 소환돼 강도높은 조사를 받았다.

또한 미술관 후원 등의 주무부서였던 홍보실의 전·현직 실장들도 지난 13일과 15일 줄줄이 소환돼 산은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직격탄을 맞은 홍보실은 야근을 하며 대응방안 등을 마련하느라 여념이 없다.



김 총재와 실무 담당자들은 미술품 구입 및 신정아씨가 재직했던 성곡미술관 후원 과정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청탁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공교롭게도 변양균 전 실장과 부산고 동기인 김창록 총재가 취임한 2005년 말 이후 미술품을 집중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나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미술품을 2003년 1점, 2004년 3점 각각 구입했으나 2005년 모두 37점을 대거 사들였다. 지난 해에도 17점을 구입했고, 올들어서도 36점을 샀다. 이 과정에서 모두 5억1738만원이 들었다.


이에 대해 산은 측은 “김총재가 취임하기 전인 2005년 초 사회공헌팀이 만들어져 '메세나'(문화·예술 지원) 활동이 활발했다”면서 “성곡미술관 협찬도 그쪽에서 공식 요청이 먼저 들어왔고 적은 금액으로 최대의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다.

산은 일각에선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정치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산은이 희생양이 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대 국책금융기관으로 사실상 정권의 '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정권 말이면 어김없이 정권을 겨냥한 '포화'가 산은으로 집중된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악연'에 시달렸던 산은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제기된 현대상선 대북송금 사건에 휘말리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산은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 역시 결국 신정아씨보다 변 전 실장을 매개로 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다칠 지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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