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던록, 英 부동산 붕괴 신호탄?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09.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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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부실, 영국이 미국보다 더 심각

대량 예금 인출 사태에 직면해 있는 노던록에 영국 중앙은행이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한 데 이어 재무부도 예금 보장을 약속하고 나섰다.

영국 금융 당국으로서는 확산 이전에 사태를 다잡겠다는 심산이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더욱이 영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가 미국보다 더욱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 긴급 진화 불구, 불안 일파만파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정부가 노던록 모든 예금 계좌의 지불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이 마지막으로 예금 보장에 나선 것은 10년여 만의 일이다. 영란은행(BoE)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 발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예금 인출 사태 진정을 위한 것.

BoE는 수일 전 모기지 부실이 불거진 이후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노던록에 긴급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구제 금융 지원 소식은 오히려 예금주들의 불안을 자극시켰다. 이후 예금주들의 예금 인출이 이어진 끝에 불과 수일 만에 예금 중 약 4%가 인출됐다.


달링 재무장관은 이날 모든 예금주들이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는 없다며 안정을 당부했다. 그는 또 노던록이 지불능력이 충분하고 장기대출실적도 건전하지만 단기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을 뿐이라며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예금주들의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기지 부실에서 시작된 예금주들의 불안은 모기지 부실로 이미 타격을 입은 금융시장을 재차 압박하고 있다.

재무부가 이날 BoE의 긴급 구제금융 지원 대상이 노던록 1곳뿐이라고 밝히며 긴급 진화를 시도했지만 얼라이언스앤리체스터의 경우, 구제금융 지원 소문이 전해진 이날 하루 동안 주가가 므려 31%나 폭락하기까지 했다.

BoE의 갑작스런 입장 변화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BoE는 그간 서브프라임 사태 여파가 제한적이라며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금융기관의 책임을 중앙은행이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노던록 지원으로 신뢰를 스스로 무너트린 꼴이 됐다.

◇ 미국보다 영국이 더 위험

영국은 모기지 문제가 전면적으로 불거질 경우, 미국보다 더욱 심각한 신용 위기에 맞닥뜨릴 우려가 있다.

영국은 가계 부채가 주요 7개국(G7) 국가 중 가장 많은 데가 여타 국가보다 변동 금리 모기지 대출이 많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도 미국보다 빨리 진행됐다. 이에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영국 부동산 시장이 미국보다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16일 데일리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변동 금리 모기지 대출자가 미국보다 많아 영국 부동산 문제가 미국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영국 주택시장이 고통스런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며 "금리 상승으로 집값 오름세가 멈추고 주택 소유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BoE가 거듭한 금리 인상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동 금리 대출자가 많은 탓에 금리 인상은 고스란히 대출자에게 전가된다.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고 이를 갚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악순환이 연출되고 있다.

상환 능력으로 이상으로 대출액이 불어날 경우, 채무자의 상환 의지는 격감되고 아예 상환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빚어질 수도 있다. 언제든 대규모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가 터질 수 있다.

◇ 노던록, 매각으로 일단락?

노던록 문제를 현 상황에서 일단락시키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우수한 다른 은행이 인수하는 것. 하지만 이 역시 BoE의 자금 지원 거부로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노던록과 로이드간의 인수-매각 협상에 밀접한 한 소식통은 BoE가 관련 자금 지원을 주저하면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특히 긴급 구제금융 지원으로 사태를 오히려 더 악화시킨 BoE가 인수 자급 지원에는 인색하다며 협상이 성사 직전에 날아가버릴 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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