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 증시 파괴력도 배용준 따를까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7.09.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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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엠·디질런트FEF 시간외거래 '上'

가수 비(본명 정지훈)의 증시진출 발표로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물론 증시의 개인투자자들도 들썩이고 있다. 2006년 거래정지된 코스닥회사 오토윈테크(현 키이스트 (4,510원 ▲20 +0.45%))를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던 배용준의 사례와 여러 모로 흡사해 당시 주가가 급등했던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배용준은 지난해 3월 90억원을 투자해 거래정지중인 오토윈테크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가 됐다.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가 10억원, 소프트뱅크구조조정1호조합이 20억 등을 투자했다.



'한류 최고스타' 배용준이 최대주주가 되자 이 회사의 주가는 거래재개 첫날인 그달 27일 시초가부터 평가가격(1만2700원)의 두 배인 2만54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8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거듭했다.

'욘사마 효과'와 더불어 3자배정 물량 대부분이 3개월에서 2년까지 보호예수돼있어 거래가능한 주식이 거의 없었던 점도 주가 급등의 요인이 됐다. 이 같은 주가급등으로 당시 배용준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000억원에 육박했다.



이 때문에 키이스트와 같은 전철을 밟고있는 '비 주식회사' 세이텍 (44,650원 ▼50 -0.11%)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주부터 소문이 유포되면서 증권사에는 장외에서 세이텍의 주식을 고가에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잇따랐다.

주당 90원인 세이텍의 주식은 200~300원대까지 호가가 치솟았고, 주말께 '비 증시진출설'이 유력한 것으로 소문이 확산되자 그나마도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17일 세이텍이 공시를 통해 비가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밝히자 함께 유상증자 배정자 명단에 오른 스타엠 (15원 ▼13 -46.4%), 디질런트FEF (355원 ▲6 +1.72%)의 주가가 시간외거래에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고 있다. 오토윈테크가 거래정지된 상태에서 이 회사 주식을 보유한 우리기술의 주가가 급등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증시에서 가수 비의 파괴력이 배용준만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엔터테인먼트사의 우회상장이 봇물을 이루며 테마를 형성하던 당시와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배용준의 키이스트조차 올 상반기 24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거품'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배용준에 이어 비와 손을잡은 소프트뱅크를 보더라도 실제 키이스트와 사업에 있어서의 협력은 없었던 점을 볼 때, 세이텍에 대한 투자도 단순한 재무투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감자 및 액면병합으로 유통주식수가 급감하는 데다 3자배정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는 전량 1년 이상 보호예수될 예정이어서 수급에 의한 단기 주가급등이 예상된다. 키이스트의 8일 연속 상한가 기록에 비춰볼 때 세이텍의 '랠리' 가능성도 점쳐진다.

증시 전문가들은 가수 비가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사실 외에 사업계획 등 구체적으로 기업의 변화에 대한 판단을 할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엔터 업계가 불황인 상태에서 세이텍이 기업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가수 비의 증시진출은 한 낮의 소나기에 그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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