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임으로 日 경제 휘청댈 것-WSJ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07.09.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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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 투자 철수로 증시 후퇴 불가피

아베 사임으로 日 경제 휘청댈 것-WSJ


아베 신조 총리의 돌연 사임으로 일본 정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아직 눈에 띄는 큰 파장은 없지만 정국 불안이 가중될 경우, 일본 경제 역시 한파를 피하기 힘들다.

아베 총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낙마한 것은 분명 일본 증시와 경기에 부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일본 증시의 반응은 비교적 안정적이긴 하지만 정치와 경제를 막론하고 불투명성은 공격적인 움직임을 크게 둔화시키기 마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 2가지 이유에서 일본 증시 불안이 확실시된다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전했다.



일본 증시 불안을 확신하게끔 만드는 첫번째 이유는 경제, 재정정책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한동안 정부 정책 변화에 전전긍긍해야 한다. 19일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 이후 들어설 새 내각이 최대한 신속하게 흐트러진 국정을 다잡는다고 해도 최소 수개월간 불안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를 이끌며 원내 다수당이 된 야당 민주당의 힘이 유례없이 강력하다는 점은 이런 불안감을 심화시킨다.


자민당이 지지율 회복에 실패하고 민주당의 선전이 계속될 경우, 빠르면 내년 완전히 다른 정책 목표를 지닌 새 내각이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두번째 이유는 정책 연속성의 부재다. 아베 총리의 예기치 않은 퇴진으로 새 내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시절부터 이어진 개혁 작업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할 듯 하다.



그간 일본 기업들은 고이즈미, 아베 내각의 개혁정책에 맞춰 장기 전략을 수립해왔다. 국정 단절의 경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기업 세금 감면과 우정사업 민영화 등은 벌써부터 차질을 맞고 있다.

아베 총리의 사임 발표 이후 이틀 동안 일본 증시는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하락 마감했던 닛케이 평균주가는 13일 상승세를 기록했다.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만은 분명하다. 투자자들이 정국 정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숨을 죽이고 상황을 관망할 경우, 추가적인 주가 하락도 예상된다.

그나마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경기 희망이 근근이 이어지고 있다.

연일 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사임 발표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 114엔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정 공백 후폭풍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 성장이 기본적으로 기업부문의 실적 증가를 통해 이룩됐고 이 같은 모습이 바뀌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정치 불안의 장기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여타 애널리스트들은 국정 공백과 같은 정치 불안이 외국인 투자 감소 가속화 등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거래액의 3분의 2가 외국인 투자자에 의한 것일 만큼 일본 증시의 외국인 의존도는 강하다.

고이즈미 총리 집권 시절부터 외국인은 상대적으로 공격적 성향이 강한 주식에, 개인과 기관을 막론하고 일본인들은 안정 지향적인 채권이나 예금 등에 각각 집중해 왔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달 동안 일본 증시가 8.4% 하락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는 0.6% 상승했다는 것만 봐도 일본 증시가 외풍에 얼마나 약한지를 알 수 있다.



외국인들의 투자 철수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난달 초 시작됐다. 정치 불안은 이미 불이 붙은 투자 철수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내국인에 비해 투자 대상국 정치 상황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일본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투자 철수를 한층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닛코코디얼 씨티그룹의 투자 전략 분석가 패트릭 모르는 정치, 경제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진 일본 주식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외국인 투자를 방해할 것이라며 올해 말 토픽스지수가 1600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전일 종가 1522.87보단 높은 것이지만 연초 1698.95에 비해선 매우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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