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캠프 참여와 주식회사 주주되기

홍찬선 경제부장 2007.09.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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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대선 관전법]

"지금 캠프에 참여하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12월에 치러진 16대 대통령 선거의 후보자가 거론되기도 훨씬 전인 2001년 가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노무현 대통령과의 모임에 함께 참석했던 안희정 씨가 참석자에 은근하게 권했다. 대선에 참여하기 위해 사람을 모아야 하는데 당시까지만 해도 지명도가 떨어져 '인재' 모으기가 어려웠던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안 씨의 이런 제안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노무현 해수부장관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거의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참석자들이 후에도 다른 대선 후보 캠프에 참석한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로 '비정치적 성향'의 사람이었지만,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우스개 소리로 ‘그때 캠프에 참여했어야 했다’는 말을 주고받은 기억이 난다.



17대 대선을 90여일 남겨 놓은 요즘, 내년 대통령을 꿈꾸며 달리고 있는 주자들이 열심히 사람을 모으고 있다. 결국 대선도 사람이 치르는 일이라, 유능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선 주자들의 캠프의 인재확보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된 이명박 후보 쪽으로는 지금이라도 선을 대려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가 들린다. 유력한 여권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데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또 오는 15일부터 한달 동안 경선을 치르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에서 1, 2위를 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캠프도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에서 3, 4, 5위를 한 이해찬 전 총리와 유시민 전 복지부장관 및 한명숙 전 총리 등은 극심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양상이다. 15일 결선투표에서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민노당 및 경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 등의 인재난도 비슷한 양상이다.

대선 캠프의 인재확보 경쟁을 보고 있노라면, 주식회사들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돈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창업자금을 모집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를 처음 설립할 때는 그야말로 그 회사가 잘 될 돼 상당한 수준의 수익은 막론하고 투자한 원금마저 돌려받을지가 불확실하다. 그래서 창업 자본금은 가까운 친인척이나 친구들로부터 십시일반(十匙一飯)하는 식으로 어렵게 모은다. 이때 주식당 금액은 액면가(5000원)로 한다.

그러다 회사가 초기 정착을 잘해 사업규모를 늘리기 위해 자금이 필요할 때는 투자자의 외연이 넓어진다. 이미 투자한 사람은 물론 일면식이 없는 일반 투자자들도 일부 참여한다. 물론 주식당 금액도 다소 높아진다. 사업 성공 정도에 따라 액면금액의 2~3배 정도로 높아진다. 사업이 완전히 성공해서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때쯤 되면 주식 가격은 더욱 높아진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을 때는 액면가의 40배, 즉 5000원짜리가 20만원 이상이 될 때도 있다.


회사를 설립해 성공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10군데 투자해서 한두 곳 성공하면 투자에 성공했다고 한다. 성공확률은 10% 안팎이지만 한번 성공하면 투자수익률이 5~10배 이상이기 때문에 투자한 원금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른바 분산투자를 하면 위험은 낮추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일반 서민들은 창업하는 회사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고, 돈에 여유가 있는 부자들이 창업하는 회사에 투자해 돈을 더 많이 벌게 마련이다.

대선을 앞두고 어느 캠프에 참여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도 이런 관점에서 후보를 고르는 게 좋을 것이다. 혼자서는 어느 한 곳에만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임(Pool)을 만들어 심지를 뽑아 각 캠프에 나눠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참여한 캠프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 그가 이너서클에 들어갈 경우 그 모임의 나머지 사람들도 챙겨주는 것을 사전에 굳게 약속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이미 성공 가능성이 높아져 주가가 많이 올라간 후보보다는 당장의 당선 가능성이 낮지만 잠재력이 높은 후보를 선택하는 게 투자대비 투자수익률은 훨씬 높을 수 있다. 리스크(낙동강 오리알이 될 위험)를 감수한 데 따른 보상이란 것을 감안할 때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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