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누스 "내 즐거움 위해 남의 생계 뺏겠는가"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09.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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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위한 제2차 국제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유누스 총재 ⓒ임성균 기자↑유누스 총재 ⓒ임성균 기자


"나의 생활방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 우리는 나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계를 빼앗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는 1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진행된 '2012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제2차 국제심포지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나는 가난한 사람들한테 대출해주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그런데도 '지구온난화와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 주제의 이번 심포지엄에 참석한 이유는 온난화 방지에 방글라데시의 사활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글라데시가 온난화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글라데시는 1991년에 큰 해일로 3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홍수와 해일은 계속 강도가 세지고 빈번해져 1998년엔 나라의 3분의 2가 물에 잠겼다. 사람들은 살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방글라데시 육지의 40%가 1미터 미만"이라면서 "이런 땅에서 1억5000만명이 살고 있다면 해수면 상승이 얼마나 큰 피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방글라데시 연안의 해수면은 매년 2~3mm씩 높아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홍수와 해일은 가난한 사람의 삶을 덮쳤다. 유누스 총재는 "홍수 사망자의 대부분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안전한 지역은 거주하기가 비싸 빈곤층은 남들이 살고자 하지 않는 지역에 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태적 이주민의 증가는 방글라데시가 직면한 실질적 위협으로 지적됐다. 유누스 총재는 "해수, 즉 염수가 밭에 들어와 농지를 더 이상 경작할 수 없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점차 이주할 수밖에 없다"며 "방글라데시는 이미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생태적 이주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고 우려했다.


그 영향은 빈민을 위해 무담보소액대출, 즉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제공하는 그라민은행에도 미친다. 유누스 총재는 "대출자들이 홍수로 인해 집과 가축을 잃으면 그라민은행은 더 많은 돈을 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대출금 상환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라민은행은 홍수 때 대출금 상환을 중단시키고 상환 일정을 다시 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자들은 대출금이 늘어나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유누스 총재는 "각 국 정부가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우리 모두가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선진국 G8 정상들이 2050년까지 에너지 집약도를 50%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60% 감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60% 이상을 배출한다.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선진국ㆍ개도국 간 역할 분담에 대해 그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지구 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가 됐다"며 "중요한 것은 선진국이냐, 개도국이냐가 아니라 오염의 주체"라고 지적했다. 오염 주체가 오염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전 지구 사람들이 생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구촌이라는 한 집에서 살고 있는데 내가 흡연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간접흡연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당신의 생활방식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모두는 나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계를 빼앗지 않겠다고 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제품마다 환경적으로 얼마나 영향이 있는지에 따라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삼색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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