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담뱃값 인상' 논쟁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9.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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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정기국회 재추진… 소비자 "흡연자 볼모로 재정확보" 비판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려야 합니다"

"재정이 어렵다고 흡연자만 봉으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정부가 정기국회에서 재추진 중인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총대를 맨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흡연률 하락→국민건강 향상'을 내세우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담배값과 흡연율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게 맹점이다. 흡연율은 떨어졌음에도 담배 출하량은 늘어나는 현상도 매 한가지다.

당연히 정부가 흡연자를 볼모로 삼아 구멍난 보건의료 관련 재정을 매우려 한다는 비판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칼자루를 쥔 정치권도 '비호감'인 담배값 인상에 소극적이다.



다시 불붙은 '담뱃값 인상' 논쟁


담뱃값과 금연정책=담배값을 인상하면 수반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흡연자들이 금연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가격정책'의 근거논리다.

정부는 2004년 12월 담뱃값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500원 인상시켰다. 이후 성인남성 흡연율은 57.8%(2004년 12월)에서 52.3%(2005년12월)로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조사에서는 44.1%까지 떨어졌다.

복지부는 이런 수치를 내세워 가격정책 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며 담뱃값 재인상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정부 지원을 받는 보건사회연구원은 '담뱃값을 매년 9%씩 인상하면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10년 30%로 감소하지만 그대로 둘 경우 52%로 상승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우리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가격정책에 대한 효과는 이미 입증돼 있다. 국민건강을 고려해서 담뱃값 인상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담뱃값을 5000원까지 올리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정책효과 "과장"=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반박주장도 격렬하다. '웰 빙' 욕구가 커지면서 몸에 해로운 담배를 자발적으로 끊은 것이지, 담뱃값 부담을 걱정해 담배를 끊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담뱃값이 아무리 인상돼도 필 사람은 핀다'는 논리다.

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금연의 이유로 '건강을 위해서'는 61.8%였지만 '경제적 이유'는 6.1%에 머무른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재정확보를 위해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 감소와의 관계를 고의적으로 과장해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담배 반출량의 경우도 흡연률 하락과 엇박자가 난다. 흡연율은 크게 떨어졌음에도 담배 반출량은 2005년 38억400만갑에서 지난해는 42억7600만갑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24억1100만갑이 시중에 뿌려져 지난해 수치를 상회할 전망이다.



한국담배소비자협회 홍성용 사업부장은 "정부의 흡연율 통계조차 믿기 힘들게 됐다"면서 "정부가 흡연자의 주머니에서 간접세를 더 걷어 손쉽게 사용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주객 전도=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전제로 한 정책을 잇따라 추진하는 것도 담뱃값 인상 여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민건강이 주 이유로 제시돼야 함에도 부족한 재원 확충을 위해 담뱃값을 올려야 하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흡연자만 봉으로 만들려 한다'는 인식으로 연결되고 서민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은 몸을 더 사리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실무자는 "정책 당국자들이 재정난을 강조하는 바람에 주객이 전도되면서 일이 더 꼬여버렸다"고 지적했다.

한편 담뱃값을 500원 올리면 건강증진기금은 한 갑당 354원에서 558원이 된다. 한갑당 204원씩 더 걷는 것과 흡연율 감소분을 감안할때 한해 7000억원 가량의 기금이 더 적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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