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스왑시장 참여자로 나섰다

머니투데이 이승우 기자, 김동희 기자 2007.09.11 21:19
글자크기

단기론 부족한 외화공급..장기론 외화차입 통한 과잉유동성 차단

한국은행이 현물환과 선물환을 교환하는 외환스왑 시장의 조정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짧게는 단기적인 외화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은행들은 숨통이 트였다. 또 장기적으로는 단기외채 급증 문제가 해소되고 국내 채권시장에서 최대 매수세력으로 군림하던 외국은행의 위력도 반감될 전망이다.

수출기업들은 달러를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수혜를 받을 전망이지만, 외화사채 발행 등으로 외화차입을 추진하던 기업들은 금리차 매력이 줄어들게 됐다.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 미세조정을 하는 것은 거의 일상화 돼 있었지만 외환스왑시장에 거래자로 등장한 것은 11일이 사상 처음의 일이다.

이날 한은은 총 10억달러 가량의 달러를 현물로 팔고 동일한 금액의 선물환을 사는(Sell&Buy) 스왑거래에 나섰다. 미국 서브프라임사태 이후 은행들이 주요 참여자인 스왑시장에서 외화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면서 시장의 메카니즘 자체가 무너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다 큰 배경에는 외환시장의 부조화와 그로 인한 국내 채권시장의 왜곡, 은행을 통한 단기외채 급증 문제가 있다.

기업들의 과도한 선물환 매도 등의 이유로 현물환율에 비해 선물환율이 크게 낮은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자. 외국은행들은 대규모 외화를 단기차입해 이 자금으로 국내 채권을 매수해 왔다. 또 국내은행과 기업들도 외화차입이나 외화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등 국내 과잉유동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스왑시장에 직접 참여를 통해 단기외채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가격과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김윤철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스왑시장에서 가격 변수와 거래의 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왜곡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고 설명했다. 문홍성 재정경제부 외화자금과장도 "시장 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시장 조정에 나선다는 원칙 아래에서 스왑시장에 개입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가 좁혀질 경우 은행들의 재정거래 기회가 축소될 것이 예상된다. 이 경우 외국은행 지점은 외화를 단기차입해 국내 채권을 살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기업들이 외화채권을 발행할 경우 국내에서 원화채권을 발행할 때보다 이자비용을 누릴 수 있는 기회도 줄게 된다. 당연히 국내 채권 금리는 상승압력을 받게 됐다.

반면 수출기업들은 선물환율이 상대적으로 오를 경우 미래에 유입될 수출대금을 보다 높은 환율에서 원화로 환전할 수 있어 한은의 조치를 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현물환 시장 뿐 아니라 선물환 시장에서도 주요 조정자로 등장하면서 시장의 매매패턴도 바뀔 전망이다. 그동안 달러 팔자로만 일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스왑시장에서 매도 일변도의 수급 변화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재정 거래 메리트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게 됐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같은 외환당국의 조치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한은의 스왑시장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은행 한 스왑딜러는 "한번 했기 때문에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또 개입에 나설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베이시스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은행 스왑딜러는 "외은지점의 손비인정 축소, 외화대출 제한 등의 규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물량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고 반응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