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의식 현정부 '포퓰리즘' 산물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7.09.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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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특고법'인가(2)…무리한 추진 왜?

임시국회가 열린 지난 6월 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과 조성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특고법)'을 놓고 여·야 의원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 사이에 설전이 오고 갔다.

법안의 특수성과 신속한 추진을 위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정부법안을 제출했다는 이상수 장관의 논리에 홍준표 환노위원장은 정부안이라면서 왜 당당하게 정부에서 제출하지 못하고 변칙적인 방법(의원입법)을 동원했느냐고 나무랐다.



결국 이 법안은 임시국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고, 우원식 의원과 단병호 의원이 각각 발의해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중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 처리도 연기됐다.

◇특고법 어떻게 돼 가고 있나=특수고용형태근로자(특수고용직)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총 4명의 국회의원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단병호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관련법의 일부 개정안을, 조성래 의원과 김진표 의원은 관련법 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했다.



이중 김진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제외한 3개 법안은 현재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이다. 단병호 의원이 지난해 11월 "특수고용직의 경우에도 헌법상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한데 이어 조성래 의원이 12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또 우원식 의원도 단 의원과 비슷한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안'을 올 4월 발의했다.

노동부는 6월 5일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보호법안을 마련, 정부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안은 특수고용직에 대해 단체결성 및 협의권을 보장해주고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을 적용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정부는 돌연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 형태로 임시국회에 제출해 '편법' 논란이 가중됐다.


노동부는 6월 15일 특고법을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 발의에는 김진표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 등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16명이 참여했다.

임시국회가 열리고 국회 환노위에 참석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해 "특수고용직 보호문제는 시급한데도 노사대립 때문에 공전해왔다"며 "노동계와 의논해 6월5일이 돼서야 정부안이 확정됐는데 정부안으로 제출하려면 물리적으로 6월 심의가 불가능할 것 같아 부득이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이 장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의견 차이가 큰 법안을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 없이 의원입법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 과정에서 이 장관이 구설수에 올랐다. 대다수의 노동부 관료들은 재계의 반대가 심한 만큼 입법예고와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장관이 의원입법을 고집했다는 후문이 들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고법은 9월 정기국회 때 다시 한번 논란의 핵심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무리한 추진 왜?=국회 환노위에서도 문제 제기가 됐지만, 정부가 보호하려는 특수고용직들이 정부의 특고법을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의원입법 형식이라는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올해 안으로 특고법 추진을 강행하려는 것일까.

관련업계는 세가지 측면에서 정부의 태도를 해석하고 있다. 첫째, 노동계의 압박이다. 오래전부터 특수고용직에 대해 노동법 적용을 요구해왔던 노동계가 정부를 압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와 같은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든 현 정권의 한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올해 안에 특고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상수 장관의 정치적인 성향도 정부가 특고법 상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특고법과 같이 반대의견이 많은 법 개정을 지나치게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특고법 적용을 받게 될 당사자들도 반대의견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합리적인 보호대책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특고법은 일부 노동활동가들의 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한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해당사자간 입장 대립이 분명한 문제에 대해 일방의 입장만을 반영해 노동법적 보호법안을 강행할 경우 관련 당사자 모두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며 "특히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의 경우 여성인력이 많이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기를 원하는 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손해보험협회는 "특고법 제정을 통한 설계사의 노동법적 보호는 헌법에서 보장한 사적자치원칙에 의한 일반 민사계약을 고용계약화함으로써 민법, 상법 등 타 법률과 상치된다"고 설명했다.

생명보험협회도 "특고법은 종사자의 대량실업과 엄청난 비용증가 등 경제·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노사간 갈등만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제·사회적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 노동법적 보호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보험사의 관계자는 "특고법은 성격상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일방통행적인 법 시행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했는지 묻고 싶다"며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고 정부의 태도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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