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주고슬' 염려되는 '특고법' 밀어붙이기

안병재 손해보험협회 상무 2007.09.1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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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특고법' 인가(2)…나는 이렇게 본다

[기고]'교주고슬' 염려되는 '특고법' 밀어붙이기


최근 특수근로직종사자 보호 법안을 놓고 전문가들은 물론 설계사, 학습지 교사, 캐디 등 이해당사자들조차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음에도 정부측은 융통성 없는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업무형태나 소득수준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노동법적 보호의 일률적 방식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각 고용형태별 특수성을 감안해 경제법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도 정부는 입법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일자리 안정과 처우를 어떻게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 것이며 과연 본 법안의 시행이 어떠한 실익으로 이어지느냐는 것에 있다.

보험설계사 부분만을 본다면 정부가 고시한 법안내용의 핵심은 △회사와 설계사의 계약과 해지 사항을 명확하게 규정한 서면계약 △연차 등 휴가조항 △성희롱 예방 등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4대보험 적용 △설계사 단체결성 등이다.



이중 서면계약부분의 경우 계약관계로 인한 설계사의 불이익 방지 취지로 금융감독당국 권고의 표준위촉계약서 시행이 올해안으로 예고돼 있다.

휴가부분은 실적이 보수와 연동돼 있는 설계사의 특수성으로 현재에도 본인의 의사만 있다면 언제든지 휴가를 사용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유로움이 있다. 따라서 가정주부들이 쉽게 설계사라는 직업을 택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4대보험 역시 현재에도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은 이미 혜택을 받고 있으며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경우 설계사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보험료 부담에 비해서 실질적 혜택이 타 분야의 근로자보다 현저하게 적어 설계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업권의 경우 이 법안이 시행되면 인한 추가비용이 연간 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러한 비용은 결국 보험회사 직원들의 대대적 구조조정, 설계사의 수수료 삭감과 더불어 약 3.6~5.2%의 보험료 인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대면조직(설계사)의 비용증가가 결국 온라인, 방카슈랑스, 홈쇼핑등의 다른 판매채널 확대의 촉매제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어서 설계사들의 대량실직이 예고된다는 점에 있다.



현재 보험사들이 대면채널(설계사)외에 온라인 보험, 방카슈랑스 등 신판매채널 확대 전략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설계사 채널에 대한 막대한 추가 비용 투입이 예고된다면 보험사는 결국 고비용의 대면조직(설계사) 보다는 채널유지비용이 저렴한 신채널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임은 전문가 뿐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관계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교주고슬(膠柱鼓瑟)이란 말이 있다. 거문고에서 수시로 음정을 조절해 연주의 기준을 맞추는 기둥을 아교로 붙여 놓고 거문고를 연주한다는 뜻으로,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으면 결국엔 일을 그르친다는 이야기에서 생긴 말이다.

아무쪼록 정책당국은 본 법안 통과를 위해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보다는 주위를 한번 더 둘러보는 여유와 융통성을 가지고 특수형태 근로자의 진정한 권익보호를 위해 모두가 동의하는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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