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통사끼리는 할인' 요금경쟁 불붙나

머니투데이 윤미경 기자 2007.09.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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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요금경쟁 촉진시켜야"...KTF-LGT "SKT 지켜보고 나서"

조만간 동일한 회사에 가입한 이동전화 이용자끼리 통화할 때는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는 일명 '망내할인'이라는 제도로, SK텔레콤이나 KTF, LG텔레콤 가입자간 통화를 할 때 요금을 일정수준 깎아주는 것이다.

유영환 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기자오찬에서 "그동안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해 망내할인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이제 시장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한다고 판단해 앞으로 요금경쟁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정통부가 틀어막고 있었던 '망내할인'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이동통신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발언은 지배적사업자인 SK텔레콤과 후발사업자인 KTF 및 LG텔레콤이 '망내할인'을 놓고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발언은 앞으로 정통부의 규제정책 방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나 마찬가지다.



◇정통부 돌연 태도 변화, 왜?

이날 유영환 장관은 "단말기 보조금 경쟁이 아닌 요금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업자가 원한다면 (망내할인)을 막지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유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는 국내 이동전화 시장의 선-후발 격차가 경쟁체제로 돌입할 수 있을 만큼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 장관은 "가급적 시장경쟁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과거 요금인하는 유효경쟁 차원에서 했지만 이제는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고 했다.


즉, 3년전 SK텔레콤이 '망내할인'을 도입하려고 했을 당시만 해도 후발사업자들의 시장점유율은 현재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지만, 3년새 후발사업자들의 가입자는 번호이동제 도입 등에 힘입어 크게 늘어났다.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의 경우는 450만명 언저리에 있던 가입자가 현재 750만명을 넘어섰다.

이통 3사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사업자끼리 자율적인 요금경쟁이 가능한 구도라는 게 정통부의 입장이다. 더구나 내년 3월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 일몰을 앞두고 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장치 해제만으로 요금경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본적으로 요금에 따른 시장경쟁 여건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망내할인'은 시장경쟁을 촉발시키기 아주 좋은 재료다. '가입자간 통화할 때만 할인'이라는 것이 특정회사의 가입자를 고착화시키는 단점도 있지만, 이통 3사가 공히 '망내할인'을 도입할 경우에는 당장 '요금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통부는 바로 이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은 오래전부터 '망내할인'을 하기를 원했지만 KTF와 LG텔레콤이 강력히 반대해서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정통부가 SK텔레콤의 망내할인을 허용해주면 KTF와 LG텔레콤은 기존 가입자 이탈방지 차원에서 '망내할인'을 울며겨자먹기로 도입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망내할인 주도권은 SKT?

SK텔레콤을 비롯해 KTF와 LG텔레콤은 현재 '망내할인'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가 '망내할인'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이상, SK텔레콤은 조만간 망내할인 도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KTF와 LG텔레콤은 '망내할인'으로 인해 매출이 크게 격감할 것을 우려해 쉽게 도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KTF는 "망내할인에 대해 검토한 것이 없어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고, LG텔레콤도 "망내할인은 한다 만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요금인가 사업자로서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니, 규제완화 차원에서 망내할인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요금인하 압박이 심해진 상황에서 망내할인을 적극 검토하는 것은 쉽지는 않다"고 신중한 모습을 취했다.

무엇보다 KTF와 LG텔레콤은 요금인가사업자인 SK텔레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21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가족내 할인도 아닌, 가입자간 통화요금 할인을 해줬을 경우에 파급력은 엄청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K텔레콤 역시 섣불리 '망내할인'을 도입할 상황도 아니다. 가입자들은 망내할인에 따른 요금할인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망내할인'에 따른 매출격감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3세대에서 '투게더요금제'로 망내할인을 하고 있는 SK텔레콤은 매출감소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한 다음에 '망내할인' 도입여부와 수준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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