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대선테마株' 조심하세요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7.09.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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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부침따라 대운하·대륙철도주 탄생…미주레일 등 관련없이 급등락

증시의 '대선 테마'가 정치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끝이 어디인지 모를 랠리를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 경선이 이슈가 될 때는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관련주가 테마를 형성해 증시에서 '대리전'을 치렀고 범여권으로 이슈가 넘어오면서 손학규, 이해찬에 이어 정동영 후보 관련주도 등장했다.

특히 지난 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동영 후보가 1위 손학규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추격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동영 테마' 관련주는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하고 있다.



증시의 정동영 테마는 그의 핵심공약인 '대륙철도' 사업의 수혜주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국내용 사업인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와 달리 대륙철도는 남북간 협력에 바탕을 두고있는 만큼 '남북경협' 수혜주도 정동영 테마에 합류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국가의 최고 권력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거시경제는 물론 개별 회사의 실적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후 대형 정치이벤트와 관련해 주가가 반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테마를 형성한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이해찬 등 여타 대선후보 관련주와 마찬가지로 '대륙철도' 테마 역시 실제 수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대륙철도' 실제 수혜주는 대기업들..'어이없는 테마주'
지난달 말부터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로만손, 보성파워텍, 이화전기, 비츠로테크, 제룡산업, 선도전기, 광명전기 등은 '남북경협 수혜주'로 분류돼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업체는 물론 대북 송전사업의 수혜주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범여권 경선 자체가 호재다. 정동영, 손학규, 이해찬 등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남북경협은 확대될 거란 기대 때문이다. 10월로 연기된 남북정상회담이나 점차 가시화되는 북한 비핵화 등 호재가 가득하다.


여기에 전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에서 손학규 후보를 근소한 차로 바짝 추격하자 물을 만난 듯 주가가 계속 치솟고 있다. '대북송전'은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에서 배송전망과 발전사업의 정비와 확충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근거로 남북경협시 관련 한국기업의 수주 모멘텀을 기대하는 테마다. 따라서 '대륙철도'와 함께 '정동영 테마'를 형성하는 한 축이 되고 있지만 사업규모나 업체별 수혜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게다가 '대륙철도' 수혜주로 분류된 업체들을 보면 이명박 후보와 연관돼 '대운하 수혜주'로 분류됐던 업체들 만큼이나 근거가 빈약하다. 어이없는 착각으로 수혜주가 된 케이스도 있다.

'대륙철도 테마'의 대장주 격인 세명전기는 전철가설 및 전력 송배전 가설용 금구류를 제조하는 업체로 북한 철도의 전철화 비율이 80%이고 국내 철도의 상당수 구간이 전철화사업을 추진중인 점을 근거로 '대륙철도' 수혜주가 됐다.

폴켐은 삼원화성에서 사업부를 인수해 침목 등 방진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로 신규 철로개설에 따른 수혜 기대주로 지목됐지만 다른 테마주에 비해 상승폭이 적었고 7일 하락세로 돌아섰다. 철도제어시스템업체 경봉기술이 우회상장하는 코마스인 역시 최근 주가가 상승했으나 7일 8.14%나 하락했다.

반면 세명전기와 함께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미주레일은 대륙철도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도 테마에 편승한 종목이다. 미주레일은 엘리베이터 가드레일과 함께 경량레일을 제조하는 업체라는 이유로 테마에 편승했으나 이 경량레일은 탄광 등에 주로 사용될 뿐 일반철도에 사용하는 중량레일과는 다른 종류다.

따라서 미주레일은 '착각'으로 테마주에 편승한 셈이지만 폴켐과 코마스인이 하락세로 돌아선 7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해 '대륙철도 테마'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일경 또한 금강산샘물 유통업체라는 이유로 테마에 끼어들었지만 대륙철도나 남북경협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굳이 '대륙철도' 사업의 수혜주를 찾자면 대부분 공기업이나 대기업에 혜택이 돌아간다. 철도건설 및 유지관리 사업은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개발, 코레일전기, 코레일엔지니어링, 코레일트랙 등 자회사들이 맡고 있다.

민간 기업중 수혜주는 로템을 자회사로 두고있는 현대차와 포항제철, 동국제강, BNG스틸 정도다. 철도차량(객차 및 화차)을 주로 생산하는 로템의 국내 철도시장 점유율은 수주액 기준 90% 이상이어서 거의 독점인 셈이다. 철도차량 제조용 철판을 생산하는 BNG스틸, 포스코, 동국제강 등도 수혜 업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의 주가는 이 같은 '테마'에 크게 좌우되지 않아 투기매매를 하는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실제 수혜는 크지 않더라도 주가의 변동성이 크고 주가가 낮거나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테마가 주로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치킨 게임'?..작전세력 개입됐을 수도
이렇듯 '대선테마주'는 실체를 근거로 형성되지 않는다. 실체가 있든 없든 간에 일단 '대선테마주'에 합류하고 정치 이슈에 맞춰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금세 개인들의 투기매수세가 몰리고 일부 종목들은 상장주식수보다 많은 물량이 하루 만에 거래되기도 한다.

각자 나눠가진 주사위 눈의 개수를 맞히려다 실제보다 더 큰 숫자를 부르게 되는 '속임수 게임'과도 비슷하게, 대선테마주들은 다음날의 급등을 기대하는 투기심리로 인해 '폭탄 돌리기'를 하는 양상이다.

모양새는 겁 먹으면 지게 되는 '치킨 게임'(chicken game) 같다. 개인들이 이런 테마주에 뛰어드는 것도 자신은 '겁 먹기 전에' 빠져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테마주에는 작전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크다. 개인들이 주가를 좌우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폴켐과 미주레일, 제룡산업 등은 단일계좌의 거래비중이 큰 것으로 드러나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최근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한 시장경보조치 강화에 따라, 단일계좌가 상장주식수 대비 2% 이상 순매수(도)한 종목은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된다. 이는 자금력을 갖춘 특정인이나 세력에 의해 주가가 크게 좌우될 수 있다는 뜻이므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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