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대체재가 없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9.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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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나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우리는 중국제품 없이 살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굳이 따져본다면 못살 것도 없겠지만 중국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불편함은 중국산을 쓰면서 겪을 지 모르는 위험성을 능가하고도 남는다.
실험자 중에서 끝내 중국산없이 사는 쪽을 선택한 경우는 없으니 중국산은 이제 물과 공기와 같은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셈이다.

문제는 중국이 더 이상 디플레 수출국이 아니라 인플레 수출국으로 변모했고 위험물질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 수년동안 그토록 많은 유동성이 전세계를 떠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지 않았던 것은 값싼 중국산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중국산도 가격을 높이기 시작했다. 중국내 노동비용이 증가하고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선진국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 디플레 수출국에서 인플레 수출국으로 입지가 바뀌는 과정이다.



중국산에 대한 가격 메리트가 약화되고 가짜, 불량 중국산이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점을 알게 되면서 중국산 안쓰기가 시험적으로 시도됐지만 이미 전세계를 휩쓴 대세를 바꿀 수 없는 단계가 됐다.
비중국산 가격은 중국산에 익숙한 구매자를 놀라게 할 정도로 높은데다가 중국산을 배제할 경우 필요한 물품을 구매조차 할 수도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게다가 중국산 원료까지 따질 경우 과연 중국산과 비중국산의 구별이 가능한지조차 의심되기 때문에 중국제품 없이 살기란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직시하게 됐다.

우리가 중국산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정도가 된 것은 전세계 기업이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몰려갔고 거기서 생산된 값싼 제품을 소비자가 환영하면서 장차 있을 지 모르는 문제점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위한 외국투자가 많아져서 좋고, 기업은 원가를 낮춘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 좋고, 소비자는 싼 제품을 구매할 수 있어 좋은, 말하자면 모두가 좋은 선순환 구도였다. 그러나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어떤 사이클에도 반전은 있게 마련이다.



중국산 못지 않은 게 주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M&A와 투자열풍의 중심이었던 헤지펀드에 사모펀드(PEF)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굴뚝산업을 인수하는 지경까지 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각종 펀드의 부실이 노출되고 있지만 국부펀드(SWF)가 대타로 부상할 것이라는 주장이 증시에 가장 희망적인 일이다. 현재 1조7000억달러의 헤지펀드를 능가하는 SWF 규모가 향후 10년간 20조달러로 늘어날 것이라니 이 돈만 있어도 전세계 주가 상승세는 지속될 일이다.

하지만 SWF가 세상을 휘젓고 다니지 못하도록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이나 중국까지도 자국 주력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투자에 대한 사전승인을 법제화하고 있다. 우량 상장주식에 대한 투자로 재미를 봤던 헤지펀드의 역할을 SWF가 대신할 수 없도록 IMF는 이미 초안을 만든 상태다.
중국 일본 한국 중동국가 그리고 러시아에 국한된 SWF에 대해 미국과 유럽이 제재를 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금융패권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한국 내부에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증시 대체재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의 철수를 막고 있는 개인의 직간접 주식투자에 뒤를 이어 이들 연금이 증시를 받칠 것이라는 확신이다. 코스피지수 3000을 말하는 자는 이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 수익률이 항상 채권투자 수익률을 능가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일본이나 유럽 몇 개국은 주가지수가 작년말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원/달러는 가능한 대체재도 없다. 2000억달러가 넘은 외환보유액으로 환율 급등을 막는 매도개입 하나가 있는데 이는 금융위기 진정을 위한 비상책에 국한될 뿐이다.
비록 중국산의 함정엔 빠졌지만 SWF나 연금이 증시를 받칠 것이라는 환상에선 늦기전에 깨어나야 한다.
조선업체들은 자신들이 달러매수에 나설 경우 원/달러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지 각오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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