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의 보복, 대주건설 최대 위기

머니투데이 강종구 기자 2007.09.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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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평 "차입금 및 PF 기한이익 상실 가능성"..사실상 자본시장서 축출

중견 주택전문 건설업체 대주건설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시행사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조건없는 채무인수를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이 무려 3단계나 강등되는 조치를 당했다.

만기에 상환되지 않은 해당 채권은 즉각 부도등급(D)으로 떨어졌다. 대주건설이 채무인수 약정을 한 수천억원대의 ABCP도 투기등급으로 떨어져 만기연장이 불확실해졌다.



신용평가사중 유일하게 대주건설을 평가했던 한국신용평가는 7일 기업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인 BBB-에서 BB-로 일거에 3단계 떨어뜨렸다. 더불어 추가로 `하향 검토` 대상에도 등재했다. 이 등급은 회사측의 요청에 따라 같은날 철회돼 대주건설은 공식적으로는 기업신용등급이 없어졌다.

신용등급 BB-는 지급능력이 부족하거나 상환의지가 결핍돼 있다고 인정될 때 매겨지는 등급이다. 또 `하향검토`에 등재됐다는 것은 신용평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라도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울산시 무거동 아파트 신축공사의 시공사인 대주건설은 지난 4일 만기도래했지만 차주인 서륭디엔씨(시행사)이 상환을 하지 못한 대출채무 350억원에 대한 대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대주건설은 약정상 시행사가 채무상환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행권 이전 여부에 관계없이 즉각(1영업일 이내) 채무인수를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서륭디엔씨의 대출채무를 기초로 SPC(프라이얼리빙유동화회사)가 발행한 350억원 규모의 유동화사채는 6일 만기도래했으나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BBB-에서 부도등급인 D로 떨어뜨렸다.


또 대주건설의 채무인수 약정으로 발행된 ABCP들도 줄줄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됐다. 오는 12월 6일이 만기인 청당동피오레제일차ABCP(1260억원), 대륙주택ABCP(1100억원,시행사 청맥개발디엔씨), 신천피오레제일차ABCP(600억원, 시행사 아트티앤에스) 등이다.

한신평이 내린 판정은 충격적이다. "(대주건설이 채무인수를 하지 않음에 따라)진행 및 예정 사업의 리파이낸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차입금 및 PF의 기한 이익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해 채권시장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 조차 대주건설 자체의 차입금과 PF우발채무의 만기연장이 불가능한 사태에 몰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신평은 또 대한화재와 동두천 다이너스티CC 등 4개 골프장 매각을 골자로 하는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 "자구 계획의 실현 여부 및 시기에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며 "진행 및 예정 사업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방 현장의 분양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대주건설의 유동성은 가변적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료:회사 공시자료(단위:억원)▲자료:회사 공시자료(단위:억원)


대주건설의 순차입금은 지난해말 현재 2177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을 포함해 올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은 1363억원에 달한다. 또 시행사 차입금 등에 대한 지급보증 등 PF 우발채무는 9698억원에 달해 총자산(5063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만약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공사나 분양에 차질을 빚거나 금융기관이 만기연장을 꺼릴 경우 대주건설은 자체 차입금 뿐 아니라 1조원에 육박하는 우발채무중 상당부분이 확정채무로 둔갑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신용평가사가 대주건설을 자본시장에서 축출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지급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는 것이다.

증권사 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자본시장의 거래는 신뢰에 기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신용평가사 역시 채무를 상환할 의지와 능력을 믿고 등급을 준 것"이라며 "신뢰를 깬 대주건설을 자본시장에서 쫓아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성장 가도를 달리던 건설사가 회생불능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주건설이 지급보증을 선 ABCP와 PF 대출채권이 일시에 부실화 될 경우 채권시장과 금융권이 입게 될 손실이 막대할 수 있고, 대주건설과 비슷한 신용수준의 다른 건설사에 대한 불신으로 주택건설업체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대주건설은 7일 350억원을 공탁한 후 ABS판매를 맡았던 한국증권을 상대로 법정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대주건설 관계자는 "시행사의 채무를 인수해 대납하는 과정에서 사업시행권이 대주건설로 이전 합의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투증권이 일방적으로 대출금 인수와 납부에 대해 독촉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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