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HSBC, M&A 통한 한국 점령
한국은행 홍콩사무소 서영만 부국장은 "금융기관의 해외진출에 있어 최단 시간에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지역 금융기관 M&A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라면서 "HSBC의 경우 철저한 현지화에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금융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HSBC는 법인 설립을 통해 자체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노리기도 했지만 이 역시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
홍콩 주재 국내 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4번의 인수전에 뛰어들만큼 HSBC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한국 시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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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외로 홍콩의 금융가에서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차분한 모습이다. 아직 인수가 최종확정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세계적인 금융시장인 홍콩에서 이같은 M&A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이유도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의 한 관계자는 "물론 많은 관심이 가는 M&A이기는 하지만 사실 홍콩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시장에서는 관심을 끌 만큼의 덩치 큰 인수합병(M&A)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콩의 독보적 은행, HSBC
HSBC는 홍콩에서는 독보적인 금융기관이다. 전세계 31만2000명의 직원중에서 홍콩의 아시아·태평양 본부에만 2만6000명이 근무하고 있다.
홍콩에 진출한 금융기관중 최대규모로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는 씨티그룹이나 아메리카은행(Bank of America)도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중국 본토의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홍콩에서 HSBC와 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행(Bank of Chana)도 1만2998명으로 HSBC를 능가하지는 못하고 있다.
HSBC가 진출한 22개 아시아 국가중에서 가장 많은 340개의 지점이 홍콩에서 성업중이다. 중국 본토의 69개 점포를 한참 능가하는 수치다.
지난해말 세전이익도 520억1600만 홍콩달러로 BOC의 171억3900만 홍콩달러를 멀찌감치 앞서고 있다.
◆HSBC 진출로 기업금융 지각변동 예고
신한은행의 현지법인인 신한아시아 유광호 법인대표는 "HSBC는 경영모토가 'Global local bank'일 만큼 현지화에 철저한 것이 특징"이라면서 "HSBC가 한국에 진출하게 되면 리테일 부문과 PB, 기업금융에서 한국의 금융기관들을 상당히 긴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했지만 한미은행이 인력면이나 규모면에서 외환은행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에서 씨티은행의 한미은행 인수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산업은행아주금융공사 최종하 수석대표도 "제일은행을 인수한 스탠다드차터드가 라이트급이라면 HSBC는 헤비급에 해당한다"면서 "은행 부문은 말할 것도 없고 카드와 보험 등에서도 부딪히는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은행의 고객들이 비교적 우량하고 고급스러운데다 은행에도 여전히 우수한 인력들이 많아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응이 더욱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세계에 나가있는 HSBC의 거대 자본력이 외환은행에 집중될 경우 외화대출 금리 경쟁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상당한 고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