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 사용자 대승적양보 필요"

대담=홍찬선 경제부장 정리=여한구 기자, 사진=홍기원 기자 2007.09.1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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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이상수 노동부 장관

"비정규직 해법? 사용자 대승적양보 필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솔직담백하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이 장관은 '머투초대석'과의 인터뷰에서도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찔러보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노사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비정규직법 문제를 비롯한 각종 노동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경영계가 자신을 너무 미워하고 있다"며 서운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정기국회를 끝내고 정치권 복귀의사도 피력했다.



이 장관은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 듯 가끔씩 질문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답을 쏟아냈다.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 장관실에서 이 장관과 만났다.

-최근 기아자동차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통합했는데 불법 논란이 있습니다
▶원청과 하청 노조가 결합하는 것으로 법적으로는 가능한데 여러가지 문제가 제기될 것 같습니다. 사용자를 달리하기 때문에 교섭의 범위도 나누어서 해야 하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형태의 노사관계가 만들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저희도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10년만에 부문규로 임단협 타결을 이뤘는데요.
▶현대차가 인내심을 갖고 교섭으로 문제를 푼 것은 잘한 것이죠. 노사관계가 대립, 투쟁적으로 흘러왔었는데 최근 상당히 많이 나아졌습다. 금년에도 파업일수와 근로손실일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현대차도 그런 분위기가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파업을 교섭의 통과의례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파업을 자제하는 것 같습니다. 신중하게 교섭을 하고 가능하면 파업을 하지 않고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죠.

-아직까지는 비타협적 노사관계가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실제로 그런 면이 우리경제에 여러 가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것이 사실이예요. 그러나 많이 나아지고는 있는 게 밖으로 충분이 알려지지 않은 면도 있어요. 그래서 국제협력국을 개편해 외국에 홍보도 많이 하려 합니다.

-비정규직법으로 촉발된 이랜드 사태가 두달이 넘도록 안풀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법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사용자의 양보를 전제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그런데 일부 기업에서 이를 지키지 않고 손쉽게 법의 목적을 일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외주화예요. 외주화를 해버리면 법의 입법취지가 완전히 몰락해버립니다. 고용안정과 차별해소도 안되고, 노조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고요. 노사간 합의해서 적절한 수준에서 외주화를 한다면 문제가 없는데 일방적으로 외주화를 한다면 기업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고 봅니다.


-뾰족한 해결방안은 없을까요
▶수미일관하게 외주화를 철회하라고 이랜드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에서는 10개월 후부터 외주화 문제를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보다 심플하게 조건을 완화시켜서 외주화를 철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노조에도 장기농성을 풀라고 메시지를 계속 보냈습니다. 이제 곧 합의되리라 기대합니다.
"비정규직 해법? 사용자 대승적양보 필요"
-너무 노동계에 편향된 노동정책을 편다면서 경영계가 좋지 않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재계로부터 밉보였습니다. 재계가 나를 흔드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일부 언론도 근거없는 기사를 실어서 나를 비방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개각 때 은근히 아웃됐으면 하는 분위기가 확실히 보였습니다. 누군가 그런 기사를 써주라고 부탁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이 장관은 법적으로 대응하려다 참았다면서 톤을 높였다) 특수고용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계는 부담을 진다고 했지만 막상 외주화를 봉쇄시키니까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왔습니다.

-그와 연결해서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특고법은 기업도 안 좋아 하지만 노동자들도 안 좋아 합니다. 양쪽다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말 포퓰리즘적이라면 안하면 됩니다. 특고법도 법적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데 물꼬를 텄다고 봅니다. 새로운 고용형태에 조응하는 법 제도가 나온 것이지요. 일단 국회에서 논의의 장을 만든게 큰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기업이 굉장히 부담스러워 합니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상당히 유연하게 돼 있어 균형잡힌 법입니다. 대상자가 원치 않으면 빼도 됩니다. 캐디도 제외할 수 있습니다. 단체행동권도 인정하지 않고 서로에게 협의할 수 있는 권리만 주어졌습니다.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돼 장관업무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실 칼날 위에 서있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노사라는 대립된 이해집단을 같이 상대하고 협력을 구하고 그들을 위해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힘든 일입니다. 얻은 결론은 양쪽으로부터 덜 불만을 갖게 하는게 차선책이라는 것입니다.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취업관련 사회보장 시스템이 너무 미흡한데요
▶법은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취약계층에게 직업훈련을 받을 기회를 많이 줘서 생산성과 숙련성을 높여줘서 비정규직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되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이 저임금과 단기이익에 너무 몰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태백, 사오정 등 청년실업이 심각한데요
▶청년실업을 없애려면 경제가 활성화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고학력자가 많고 눈높이가 너무 높습니다. 노동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체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노동부는 직업을 구하는데 있어 일자리 수요와 공급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취업정보를 정확히 알려주는게 중요합니다.

-노사정위원회 폐지론이 끊이지 않는데요
▶노사정위는 굉장히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자유시장에 맡겨서 해결할 수 없고 정부 정책수단도 한계가 있습니다. 얘기를 나누면 합의는 안되더라도 반대를 많이 누그러뜨릴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지혜도 배울 수 있어 합의기구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얼른 볼때는 갈등만 야기되고 지연돼서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갈등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퇴직연금 제도가 생각보다 정착이 안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많이 컨설팅하고 도입하기 바라는데 현재는 기대만큼 활성화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가장 큰 도입 목적이 기업이 도산해도 근로자 퇴직금을 확보하고, 또 연금화시켜 근로자의 노후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측이 미리 적립하는데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센티브 추가 지원도 고려 중입니다.

-노사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얻어내려면 안됩니다. 합의도 너무 조급하게 얻어내려면 안됩니다. 경험을 통한 합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비정규직법도 당장 개정하려면 쉽지 않습니다. 너무 서두르면 안됩니다.

-장관직 사퇴 시기가 관심인데요
▶사실 18대 국회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노동부 장관으로써 중요하게 할일이 남아 있습니다. 정기국회를 마무리해놓고 그 후에 거취를 깊이 생각해보려 합니다. 연말에 그만둘지 내년 2월에 그만둘지는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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