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 기업인,그들이 北으로 간 까닭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2007.09.07 16:04
글자크기

정주영 회장,훔친 소판돈으로 사업시작..마니커 "회장 친형이 북에 생존"

그들이 북쪽으로 간 까닭은?

10월로 예정된 정상회담 개최와 북한의 핵시설 폐기 약속 등으로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경협 사업은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고 남북 화합에 기여한다는 무형의 자산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관계 냉각 가능성 등으로 투입자금 전체를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추진 기업 CEO들의 개인적인 인연 등이 바탕이 된 경우가 많다.

경협 기업인,그들이 北으로 간 까닭은


소떼 몰이 방북으로 대북 경협 사업의 선구자격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북한땅 통천에서 맨주먹으로 월남한 실향민이다.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소 판돈 70원을 훔쳐 사업자금으로 썼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 명예회장은 98년 5월 당시 500마리의 소떼를 몰고 남북의 군사력이 집중된 휴전선을 넘으며 "강원도 통천에서 아버님의 소판돈 70원을 훔쳐 가출했습니다. 이제 한 마리 소가 천 마리 소가 되어 빚을 갚으러 고향산천을 찾아갑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의 뒤를 이어 망자가 됐지만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지속적으로 대북 사업을 추진했고 최근에는 며느리인 현정은 회장이 뒤를 잇고 있다.

경협 기업인,그들이 北으로 간 까닭은
최근 의욕적으로 경협 사업을 추진 중인 닭고기업체 마니커 (1,136원 ▼11 -0.96%)의 한형석 회장(오른쪽 사진)은 수십년간 이산가족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몰랐던 경우다. 한국전쟁 와중에 실종됐던 한 회장 형의 존재에 대해 그의 어머니는 집안에 걸림돌이 될까봐 수십년간 비밀로 해 왔던 것. 당연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형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북한 당국을 통해 마니커 등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왔다.



형을 통해 북한에서는 마니커가 북한에 진출해 닭고기 관련 사업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한 회장은 이를 사업으로 실행에 옮겼다. 마니커는 북한의 개성과 사리원 주변에 닭고기 사육 단지 조성을 위한 사업성을 검토 중이며 개성 인삼과 마니커의 닭고기를 결합시킨 '남북 화합 삼계탕'을 내놓을 계획도 갖고 있다.

대북 사업 추진을 두고 현대그룹과 갈등의 소지도 내포돼 있긴 하지만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은 정주영-정몽헌 회장 부자의 사업을 십수년간 도우면서 북한과의 신뢰를 쌓은 경우다. 그는 최근 북한산 철갑상어알 수입 등 독자적 대북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아천글로벌 등을 통해 북한 모래 반입,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 자원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도 있다.

사업이 실제로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으로부터 사업 파트너가 돼 달라는 제의를 받았던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도 함남 원산이 고향인 실향민 출신이다. 원산시민회 고문과 원산장학회 이사장 등을 맡을 정도로 고향에 대한 애착이 큰 그에게 북한은 지난해 개성관광 사업 파트너 제의를 해 왔었다.


재계에서는 대북 사업을 시작했거나 펼치려는 이들이 개인적인 북한과의 인연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대그룹 등의 사례에서 볼때 사업성 검토 등이 완벽히 이뤄져야 영속적인 사업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