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세수실적 왜? 국세청 '당혹'

"넓어진 세원만큼 세율 낮춰야" 지적도

"세수는 적게 들어와도 걱정, 많이 들어와도 걱정이다"

매년 안정적인 세입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국세청의 고민이 녹아있는 말이다. 세입예산 대비 3조5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부족하게 징수된 2004년과 2조1000억원을 감액추경한 2005년엔 '경기침체'라는 명분에도 세입예산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세무당국에 질책이 쏟아졌다.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국세청 내부의 자괴감도 있었다.

그러나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올해도 국세청의 이 같은 고민은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6일 올해 상반기 국세징수실적이 80조원에 육박, 지난해보다 24.3%(15조4996억원)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연말 세수실적도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세입예산 대비 11조원을 초과하는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세청 입장에선 당연히 환영할 만한 결과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세수쥐어짜기'라는 비판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세수가 늘어난 배경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을 하고 나선 것.

국세청은 △지난해 12월말이 공휴일이어서 3조1000억원이 이월됐으며 △주택 공시가격 상승 등으로 종합부동산세가 5000억원, 실가과세로 양도소득세가 3조9000억원이 늘어나는 등 제도개선 효과로 4조4000억원이 증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여기에 납세자의 성실신고로 4조7500억원이 늘어날 것이란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특히 작년보다 15조원(46.6%)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현금영수증 발급액과 신용카드 사용액의 급증으로 세원이 노출되면서 세수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부가세와 소득세의 자진납부세액 가운데 1조2000억원의 세수가 증대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아울러 △세무조사의 질적 혁신 △고소득 자영업자의 과세정상화 △체납정리 인프라 확충 △성실납세자 우대 확대 등을 주요 세수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한 조세전문가는 "정부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방향에 따라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과세인프라 확충에 주력, 숨겨진 세원발굴로 세수가 늘어난 만큼 이젠 세율을 인하해주는 방안도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