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10년만에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데 이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도 활동의 제약이 풀렸다. 지난해 3월26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1년 반만이다.
정 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음에 따라 경영공백 사태로 대내외 악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현대차 (295,000원 ▼3,000 -1.01%)그룹이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무분규 임단협 타결과 맞물려 대내외적으로 각종 악재에 시달려온 현대차호(號)에 위기 극복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경영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의 부진을 반영해 올해 해외시장 판매목표를 10만여대 가량 하향 조정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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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 현대차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과 신차 출시 지연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들어 8월까지 14만6001대를 판매해 전년동기보다 무려 24.8%나 줄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2002년 중국 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연간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주력 차종인 쏘나타, 아반떼, 액센트의 가격을 6.6~14.3% 인하했다.
미국에서도 현대차는 판매부진 탓에 연간 판매목표를 낮췄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미국에서 총 28만106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28만1240대)에 비해 판매량이 0.4% 줄었다.
해외 판매비중이 75%에 달하는 만큼 해외 판매망과 대외 신인도 회복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게 그룹의 판단이다. 글로벌 판매 부진은 곧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신차 개발, 하이브리드카 및 연료전지 등 신기술 투자, 해외공장 신증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건설 등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며, 그만큼 많은 투자를 요한다.
◇글로벌 생산시설 '가속 페달' = 아울러 현대차는 해외 각지에서 펼치고 있는 글로벌 생산기지 건설 작업 정상화에도 매달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 회장은 오는 10월 중국 옌청의 기아차 2공장 준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11월 현대차 인도 2공장 준공식 등 해외 공장을 잇따라 방문해 글로벌 생산시설의 정상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현대차 중국 제2공장 등도 예정대로 준공식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회장의 공백으로 더딘 공사 속도를 보이던 기아차 조지아 공장과 현대차 체코 공장도 가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사업이 현대차그룹이 사운을 걸고 추진해온 대형 프로젝트인데다 급락한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본궤도에 올려놓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가진 정 회장 특유의 현장경영은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정 회장의 집행유예 소식에 큰 기대감을 비쳤다.
◇국내 현안도 힘 받는다 = 정 회장의 집행유예 선고에 앞서 전해진 노사의 무파업 임단협 타결은 현대차그룹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무엇보다 정 회장의 공백과 만성적인 파업 등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왔던 현대차그룹의 국내외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이 밝힌 1조원 사회공헌 계획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9월말까지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하고 11월 중으로 장단기 사업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여수 엑스포 유치 명예위원장인 정 회장은 이번 집행유예 선고를 계기로 여수 엑스포 유치에도 발벗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