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 녹차' 파장… 마셔도 되나?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7.09.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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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가루녹차 공정 단순, 잔류량 더 클 가능성"

'농약 녹차'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KBS의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녹차에 농약이 과다하게 들어있다고 방송한 뒤 농림부와 식약청이 부랴부랴 조사를 벌이고 안전관리 대책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녹차를 믿고 마실 수 있나 의아해 하고 있다.

'농약 녹차' 논란은 지난달 초 시작됐다. KBS는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녹차에서 '파라티온'이라는 농약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비슷한 시기에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 일부 가루녹차 제품에서 농약 '이피엔'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KBS는 고발 프로그램에서 "차 재배에 사용 금지된 '파라티온'이 녹차 티백 2개 제품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식약청은 '파라티온'이 아닌 '이피엔'이라는 다른 종류의 농약이 가루 녹차에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피엔도 차 재배에 사용이 금지된 농약이다.



농림부는 그러나 국산 녹차 원료 및 제품을 검사한 결과, "안전하다"고 발표, 혼란을 초래했다.

식약청은 1차 조사 이후 2차 조사를 벌였는데 유명 녹차회사가 생산한 가루녹차 1개 제품에서 '클로르훼나피르'라는 또다른 농약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고 밝혀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

식약청은 더욱이 2차 조사후 1차 조사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식약청은 "2차조사에서 파라티온과 이피엔 등에 대해서도 검사했으나 모든 제품이 기준치를 넘지 않는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하나

식약청은 검사 기관이나 시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에 대해 제품마다 사용된 녹차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재배 농가가 다르고, 제조업소간 공정에도 차이가 있다. 설사 같은 농가라 해도 농산물 재배의 특성상 농약 살포량이나 살포 시기, 수확시기, 기후 등이 다르고, 또 같은 녹차 생엽이라 해도 공정과정에서 세척이나 가열처리 온도.시간, 저장기간 등이 변수로 작용한다.



농작물에 사용되는 농약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사용량이나 휴약기간(마지막 농약 살포 후 수확까지의 기간)을 제대로 지키면 농약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갑작스런 해충 증가나 물량 부족 등으로 일반 농가에서 사용량을 늘리거나 휴약기간 전에 수확한다면 농약이 기준치 이상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농가에서 녹차에 허용된 농약 외에 다른 농약을 사용한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모든 농약에 대해 전부 잔류농약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 현재 식약청은 25종의 농약에 대해 녹차잎 사용을 허가하고 있으며 추가로 1개에 대해 기준규격을 설정하고 있는 중이다.

식약청은 지난번 1차 조사에서 허용 농약 이외에 과거 검출빈도가 높았던 농약을 포함해 총 47종을 대상으로 검사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66종으로 숫자를 늘렸다. 이번에 문제가 된 파라티온과 이피엔 모두 녹차에는 사용이 금지된 것들이다. 잔류 농약에 대한 기준이 없어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농약이 남았더라도 모를 수 있다.



때문에 식약청은 유통과정에서의 단속 강화 뿐 아니라 재배 농가의 교육도 절실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농림부가 관련 농가에 '농약사용안전지침'을 배포하고 보성군 등과 출하전 잔류 농약검사를 의무화키로 한 데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농작물이 가공된 뒤의 유통은 식약청 소관이지만 농작물 재배.출하는 농림부 담당이기 때문이다.

가루녹차에서만 잇단 농약 검출..이유는

식약청 1,2차 검사 결과 유독 가루녹차에서만 농약이 검출됐다는 점은 의아하다. 이에 대해 식약청은 가루녹차의 제조공정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티백 녹차는 잎 표면의 셀룰로오즈를 제거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가루녹차는 이 과정 없이 바로 분쇄된다.



휴약기간을 지키지 않고 수확을 해서 농약이 남아 있다 해도 가공과정에서 제거될 수 있는데, 가루녹차는 생엽을 가공하는 과정이 다른 제품보다 단순해 농약이 남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현미 티백 등의 경우 다른 것(현미)과 섞이며 (기준치 이하로)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농약 녹차, 얼마나 먹어야 위험한가

식약청에 따르면 우선 이번에 검출된 클로르훼나피르의 경우 섭취시 인체에 큰 해는 없다. '클로르훼나피르'는 보통 정도의 독성을 가진 농약으로 녹차잎에 쓰이도록 허용돼 있다. 기준치도 3.0ppm으로 이피엔(0.05ppm) 등에 비해 높다.



이 농약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적으로 정해진 1일 섭취허용량은 1kg당 0.026mg. 이번에 7.0ppm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가루녹차의 경우, 평생 매일 183.5g 섭취하면 1일 섭취허용량을 넘게 된다. 이는 1g을 물 150ml에 녹인 녹차 184잔을 매일 마시는 것에 해당돼 여간해서는 해로울 정도로 마시기 어렵다.

앞서 검출된 파리티온과 이피엔의 경우, 녹차에 쓰이지 않는 농약으로 식약청은 현재 위해 기준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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