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비정규직 노조 통합 바람 부나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9.0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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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에서 첫 사례…현대차 등으로 확산 가능성

기아자동차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단일노조로 통합됐다. 도급·협력업체 직원들이 원청업체 노조와 통합해 '한 깃발' 아래 뭉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국내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기아차 (126,300원 ▲700 +0.56%) 노조는 5일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와 도급·협력업체 직원들로 구성된 기아차 비정규직지회가 통합하는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조의 통합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추진 중인 '1사 1노조 원칙'의 첫단추를 꿴 것이어서 현대차 등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정규·비정규직 노조의 구분이 없어지면서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의 처우가 상당부분 개선되는 효과가 뒤따를 것으로 점쳐진다. 대신 회사와 협력업체는 그 만큼의 부담을 더 가져야 된다.



현대차도 통합되나=기아차 노조의 단일노조 통합은 예정된 '사건'이다. 지난해말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대의원대회를 통해 '1사1노조 원칙'을 확정한뒤 기아차 지부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비정규직 노조와 통합하기로 자체 규약을 개정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사무직노조와 통합한데 이어 이번에 나머지 하청업체 노조까지 흡수했다. 다만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으로 공장가동이 중단되면서 통합 시점이 앞당겨졌다.

금속노조는 기아차 지부에 이어서도 나머지 240여개 산하 지부에도 '1사 1노조' 통합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어서 기아차와 같은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끄는 사업장은 역시 현대차 (281,000원 ▲3,500 +1.26%)로, 현대차 노조는 지난 7월 단일노조 구성을 위한 규약개정을 조합원 투표에 부쳤으나 정족수인 2/3에 미달에 실패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차에서 향후 정규·비정규직 노조 통합안건을 다시 상정해 조합원들의 동의를 구할 예정이다.

이정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노조 통합은 비정규직 보호를 기치로 내건 산별노조 체제의 결실이다. 기아차 지부에서 첫 발을 뗀 만큼 현대차 등 다른 사업장에도 단일노조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원청사 부담 가중=기아차의 원·하청 노조가 통합됨으로써 노사교섭 관행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단협 교섭 때 노조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의 임금인상 및 처우개선까지 원청사인 기아차에 요구하게 된다. 기아차가 비정규직들의 직접 사용자는 아니지만 하청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노조의 요구는 거셀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때 노조가 원청사에 압력을 넣어 일정수준 이상의 임금인상을 해주지 않는 하청업체에는 계약을 끊도록 하는 등의 방법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도 임단협때 단일노조는 아니지만 비정규직의 임금인상률을 몇 %로 맞춰줄 것을 사측에 요구해왔던 점으로 볼때 이런 교섭형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그러나 하청업체 직원들의 임금·처우문제까지 원청사가 해결할 법적 의무는 없어 노사 갈등의 빌미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유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관리본부장은 "사용자가 따로 있고 회사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인 임금인상이나 처우개선 요구를 수용하기는 힘들다. 원만한 노사교섭의 장애물로 이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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