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외환은행 "국내 은행 떨고 있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9.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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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잠재력 커…씨티은행 상륙 때 충격 능가할 것"

세계 2위 금융그룹인 HSBC은행이 외환은행 인수계약을 하면서 국내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잠재력, HSBC의 공격적 영업성향, 이미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과의 상승작용 등을 감안하면 씨티은행의 한국 상륙 때보다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이라는 만만찮은 관문이 남아있지만 각 은행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미칠 파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런던에 본점을 둔 HSBC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은행 및 금융서비스 회사다. 유럽, 홍콩, 중동 및 아프리카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북미와 중남미 등지의 83개국 및 지역에 위치한 1만여개 점포를 통해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췄다. 개인금융(소비자금융 포함), 중소·중견기업 금융, 대기업 금융(IB 등 포함), PB그룹 등 4개 고객 및 글로벌사업그룹을 통해 1억250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모기지, 할부금융, 신용대출 등 개인금융과 우량 중소기업부문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인수대상인 외환은행의 잠재력도 무시하지 못할 대목이다. HSBC의 글로벌 네트워크, 자금 조달력, 영업 노하우 등이 외환은행의 잠재력과 결합하는 경우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환은행의 총자산은 지난 6월말 현재 85조원으로 국내 6위. 국내은행 중 최고수준의 국제 영업망, 외환부문의 가치, 높은 인력수준 등을 감안하면 외형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HSBC가 한국시장을 주력시장 중 하나로 보는 만큼 상당히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부담이다. 더욱이 론스타가 인수한 이래 외환은행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영업을 펼쳐왔다는 점에서 공격영업의 체감도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HSBC의 영업성향 자체가 공격적인 데다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한국씨티나 SC제일은행도 초기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가격경쟁에 나섰고 이로 인해 시중은행들의 이익률이 훼손됐다"며 "HSBC가 진출하면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유수의 외국계 은행이 이미 진입했다는 점도 파급효과를 증폭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HSBC와 씨티그룹간 외형 확장 경쟁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며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국내 은행들에는 더욱 위협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SBC 한국 상륙의 충격이 은행권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양한 소비자금융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만큼 어느 시점에서는 지주사 형태로 전환해 카드, 할부금융, 저신용자 대출 등 전방위적 영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한국씨티나 HSBC 모두 언젠가는 지주사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며 "HSBC 진입에 따른 영향은 은행권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이 성장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 경우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금융권 지형 변화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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