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리스크, 안심하긴 이르다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7.09.0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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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불능화 수준, 신고 성실성..."곳곳에 암초"

북한이 미국, 남한, 일본과 활발한 외교를 펼치며 좋은 소식들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과 미국은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모든 북핵시설을 신고하고 불능화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은 그 대가로 테러지원국에서 삭제되고 적성국에서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은 "정확한 때가 잡히지는 않았고 비핵화가 더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살짝 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2월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를 내부 검토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북미 관계가 급속히 개선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북미 화해무드에 자극받아 일본도 '납북자 문제'에만 매달리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에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과 일본은 5~6일 몽골에서 6개월만에 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를 열고 과거 식민 청산 문제와 일본인 납치문제를 함께 논의한다.



과거청산에만 집중해 온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 필요에 의해, 납치문제만 고집하던 일본은 6자회담 고립 탈피를 위해 각각 한 발씩 양보하며 서로의 요구사항을 듣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하며 남한과도 '화해분위기'를 한껏 조성해 놓았다.

이달 중순 예정된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불능화 시간표가 만들어지고, 내달 2~3일 남북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 체결이 진척되면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미, 북일 수교도 그리 먼나라 얘기가 아니게 된다. 부시 행정부의 목표대로 북한이 내년 말까지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게 되면 북한은 중유에 이어 경수로도 제공받게 된다.

그러나 이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항해는 멀고 암초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아직 마음을 푹 놓기에는 이르다.

우선 불능화와 비핵화, 폐기는 다른 개념이다. 불능화는 말 그대로 '일시적으로' 못쓰게 한다는 뜻이고 비핵화 진전의 한 과정, 부분일 뿐이다. 마음만 먹으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전선 몇 가닥을 잘라도 불능이고, 엔진 자체를 망가뜨려도 불능이지만 원상복구 기간은 크게 차이가 난다. 결국 복구 기간, 즉 불능화 수준이 관건이고 북한은 최대한 짧게, 미국은 최대한 길게 가져가고 싶어한다.

불능화의 대상과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문제와 함께 핵 프로그램 신고 대상에 핵무기가 빠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계속 핵무기 보유국가로 남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플루토늄 보유량을 양심적으로 자진 신고할 지, 그리고 플루토늄과 기폭장치를 모두 내놓을 지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부시는 결단을 내렸다지만 대북 강경파도 고려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 신고에서 성실함이 느껴지고, 불능화 수준에도 만족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게다가 불능화를 받아들인 북한이 폐기나 해체 수순까지 밟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여전하다. 북한 입장에서 핵 폐기는 '무장해제'와 다를 바 없다. 체제유지를 위한 강력한 협상수단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북한이 미국 압박용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수락했다는 뉴스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2.13 합의 이후 미국이 북한의 '행동'만을 고집하며 별다른 신호를 보내오지 않자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수락했다는 얘기가 북한 고위관계자들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연기도 북한이 미국을 배려한 차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북한이 남한을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 정도로 여기고 미국과의 협상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것이어서 정상회담의 진정성과 효용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현재 한반도 호(號)는 순풍에 돛을 달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러나 숨겨진 암초도 많다. 이를 잘 피할 수 있을 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투자리스크 목록에서 아직 '북한'을 뺄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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