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무료백신 '논란'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7.09.0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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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PC보안시장에 후폭풍 예고..네티즌 보안수준 확대 기대도

네이버가 내달 개시를 앞둔 무료백신 'PC그린'이 벌써부터 업계에 적잖은 논란을 낳고 있다.

'실시간 악성코드 감시 기능'이 논란의 핵심이다. 그동안 KT의 메가닥터나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포털들이 툴바를 통해 제공해온 무료 PC보안서비스와는 달리, 이번 PC그린에는 V3, 바이로봇 등 유료 백신 프로그램에서 제공해온 '실시간 감시기능'이 포함돼 있기 때문. 자칫 유료 백신시장에 적잖은 후폭풍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안철수연구소 등 개인용 PC보안 업계에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 입지를 이용해 개인용 PC보안시장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인터넷 이용시 각종 악성코드나 사기성 치료 프로그램 때문에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이용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전체 이용자들의 정보보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로 받아들이는 시각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네이버 PC그린 무엇이 달라졌나



사실 네이버가 PC보안 서비스를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부터 KT, 다음, 엠파스 등 다른 포털과 마찬가지로 툴바를 통해 무료 백신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단, 이들이 무료제공하는 백신은 수동적인 진단/치료 기능으로, 보안업체들에게 민감한 악성코드 실시간 감시 기능은 제외돼왔다.

그러나 이번에 네이버가 내놓은 PC그린은 굳이 네이버 툴바 등을 깔지 않아도 네이버 회원이면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독자적인 백신 프로그램이다.

무엇보다 '실시간 감시기능'과 '자동 스케쥴링'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안철수연구소 등에서 제공해왔던 유료 백신 프로그램과 거의 기능 면에서 동일하다.


네이버는 우선 약 1000명의 유저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시범 테스트를 거쳐 내달 중순부터 오픈베타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보안업계, "시장 초토화시키려는 의도" 반발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가 실시간 감지기능이 추가된 백신 서비스에 나서면서 벌써부터 국내 개인용 PC보안시장에 적잖은 후폭풍을 낳고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PC그린이 무료 서비스라는 것. 안철수연구소를 비롯한 기존 백신업체들은 "네이버가 무료 백신 서비스에 나설 경우, 누가 돈을 내고 유료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할 지 의문"이라며 "이는 그동안 업계가 어렵사리 일궈온 국내 개인용 PC보안시장이 한순간에 무너뜨리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결국 이는 국내 보안 시장의 질적 저화와 장기적인 투자 침체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게 보안업계의 논리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초기에는 무료로 보안서비스를 제공한 뒤 이를 계기로 향후 보안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의도 전략 아니냐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보보호 저변 확대되는 계기 될 수도

반면 이용자들은 실시간 감시기능이 추가된 '무료백신' 출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국발 해킹 등 웹상에서의 보안위협이 확대되면서 웹접속만으로 악성코드에 감염돼 자신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스팸 경유지로 악용되고 혹은 부지불식간에 깔리는 사기성 백신에 속아 휴대폰 요금이 부당 지출되는 피해사례가 끊이지 않아왔다.

특히, 최근 이용자들의 허술한 PC보안으로 인해 포털 회원들의 아이디, 비밀번호, 정보도용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포털 책임론이 연일 불거져왔던 상황.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사 이용자들을 보호하겠다는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이 네이버측의 입장이다.

실제 이번 PC그린을 놓고 보안업계 내부에서도 "자사 회원들의 정보나 PC를 보호해주는 것은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도 당연한 의무가 되고 있다"며 네이버의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

한 보안전문가는 "이용자들의 정보보호 현안에 대해 보안업계가 이를 다른 SW산업과 비교까지 해가며 불공정 경쟁 운운하는 것은 정보노출 위협에 빠져있는 이용자들을 볼모로 장사를 하겠다는 논리"라고 꼬집었다.

설령 무료 백신으로 제공되더라도 업계 우려대로 시장에 악영향만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KT, 네이버 등이 앞다퉈 무료백신을 내놨을 초기에 PC보안시장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 일부 유료 백신 프로그램의 경우, 이용자수는 오히려 더욱 확대됐다는 주장이다. 국내 이용자들의 PC보안 마인드가 제고되는 기폭제가 됐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유료 보안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계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PC그린의 기능이 기존 유료백신과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안다.

일각에서는 무엇보다 보안업계 스스로 전체 이용자들의 보안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자사의 서비스 수준을 차별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가령, 현재 안철수연구소가 내놓은 웹2.0 개념의 보안서비스(빛자루)와 같이 보안전문업체만이 내놓을 수 있는 특화된 영역을 개척하고, 시장을 창출해나가는 것만이 현재 PC보안의 무료화 추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 문제와 관련, NHN 최휘영 대표와 오석주 안철수연구소 대표 등 양사 경영진이 긴급 회동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네이버 입장에서도 초기 불거지고 있는 보안업계의 문제 제기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네이버는 아직 유료 서비스로 제공할지 무료로 제공할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초기 베타 테스터 모집공고에는 '무료백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업계의 반발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PC그린을 유료화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할 경우, 이 또한 거대포털이 보안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다는 비난과 함께 이용자 보호라는 명분마저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용자와 보안시장 보호를 둘러싼 다양한 딜레마를 네이버가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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