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상생의 모습으로 바뀌나

머니투데이 김용관 기자 2007.09.0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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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현실 인식..경쟁력 약화시 공멸 우려

"올해는 제발 파업 없이 한번 가보고 전 국민이 사랑하는 현대차를 만들어보자."

현대자동차 (239,500원 ▲2,500 +1.05%) 노조가 달라지고 있다. '투쟁'을 통해 권리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현대차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임단협이 시작될 때만 해도 13년 연속 파업 돌입은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다. 노조 집행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협상장을 뛰쳐나갔다. 이후 조합원을 통한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 결의로 사측을 압박했다.



하지만 노조 내부의 반발은 예상외로 거셌다. 올해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는 '올해는 무분규로 타결해보자'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졌다. 이례적이었다.

조합원 사이에는 지난해 임단협 때도 20일간의 장기파업으로 1조원이 넘는 생산차질을 빚는 등 잇단 파업에 대한 피로감이 큰데다 이들 파업과정에서 쏟아진 국민적 비판도 큰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87년 노조 설립 이후 19년간 강행된 파업 후유증에 시달리던 노조원들이 새로운 변화를 열망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실익없는 파업을 더 이상 옹호하지 않으며, 무모한 파업보다 합리적 타협을 원하는 방향으로 점점 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변화된 노조 분위기를 전했다.

이같은 변화 기류는 임단협 관련 파업 찬성률이 예년의 72~73%보다 10%포인트 가량 낮은 62%대를 기록한 것에서 읽혀졌다.


이 때문에 집행부도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드는 파업 돌입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집행부는 파업을 일단 유보하고 대화를 택했다.

노조원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현대차를 둘러싼 절박한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전세계적인 자동차 전쟁 속에서 회사가 생존하지 못할 경우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 노사가 함께 공멸할 수 있다는 점 등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즉 '파업→경쟁력 약화→판매 둔화→수익성 악화→고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말이다.

아울러 현대차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과거의 강경 투쟁 방식보다는 실리와 복지를 택하려는 성향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6년 임금협상 때만 해도 성과급 300%, 일시금 200만원 성과를 얻어냈지만, 21일간의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액이 평균 200만원에 달해 실제 조합원들의 손에 들어온 금액은 타결액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직원의 평균근속 연수는 15.1년으로 40대가 주축"이라며 "80·90년대식의 강경투쟁 선호도가 많이 준 반면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겪으며 강성투쟁에 대한 염증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연례 파업에 익숙해져있던 노조원들이 현대차를 둘러싼 현실을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중공업의 경우처럼 자신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선 투쟁보다는 대화를 통한 상생협력이 더 낫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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