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의 '이례적인' 행보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서명훈 기자 2007.09.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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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적 셈법' '윗선 언질 가능성' 등 추론 무성

HSBC의 '이례적인' 행보 미스터리


"HSBC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HSBC은행이 론스타와 외환은행 (0원 %) 조건부 인수계약을 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4일 금융계는 이 질문의 답을 찾지 못했다.

세계적 금융기관이 한 국가의 감독당국이 보낸 부정적인 신호를 무시하고 은행 인수를 강행하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때문이다. 더구나 상대는 인수 승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감독당국이다.



때마침 HSBC 서울지점에 대해 감독당국의 정기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HSBC 일각에서도 "이해가 안간다"는 말이 나오고, 일부 외신은 "신중하기로 소문한 HSBC가 매우 이례적인(highly unusual) 결정을 했다"고 평했다. '복잡한 수읽기를 거친 전략' '사전 언질설' 등 HSBC가 승부수를 던진 배경에 대한 추론은 늘어간다.

우선 금융권의 한 인사는 "성사 가능성이 낮다고 보니 이례적일 뿐"이라고 말했다. HSBC는 승산이 낮은 게임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HSBC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해야 한다. 거부감이 있더라도 합리적으로 풀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 것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감독당국이 공식적으로 밝힌 거부 사유인 '법원 판결 전 불가'에 대해서도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끝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승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데서 나온 자신감이라는 것이다.

HSBC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재판의 쟁점은 엄밀히 말해 이번 매매와 관련이 없다"며 "이번 인수와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론스타가 아닌 HSBC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강행이 금융당국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에도 다른 해석이 있다. 우선 계약서 상의 인수 신청 시한을 2008년 1월31일로 잡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HSBC와 론스타가 한 계약은 본계약으로 언제든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신청까지 5개월의 여유를 둔 것이다. 신청 전 감독당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동의를 얻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감독당국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예의를 갖춰' 인수를 추진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계약 유효기간을 길게 잡은 데는 연말 대선 이후 누가 집권을 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시한 전에 1심 판결이 우호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등도 깔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파이낸스아시아는 올 연말 대선이 (HSBC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친기업적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과거 정책과의 단절을 시도할 수 있고,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용인해 국제 금융계에 우호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HSBC가 이처럼 판단했더라도 '승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HSBC적' 승산은 높다고 볼 수 있더라도 감독당국은 여전히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기검사 과정에서 결격사유 등이 적발되는 경우 외환은행 인수에는 실질적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HSBC가 뭔가 '언질'을 받고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감독당국 윗선, 즉 청와대 등의 언질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HSBC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SBC라는 조직은 확실한 게 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HSBC를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뭔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HSBC가 론스타와 배타적 협상권을 갖고 실사를 하는 데 일정한 비용을 지급했을 것"이라며 "HSBC가 비용이나 여러 가지 리스크를 무릅쓰고 승산이 낮은 싸움에 나섰을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물론 HSBC가 '언질'을 받고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에 대한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확인이 어려운 얘기고, 외환은행 불법매각 의혹으로 일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에서 누가 다시 '관여'를 할 생각을 했겠느냐는 것이다.

HSBC의 '이례적인' 행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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