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대출이자 좀 깎아주세요"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7.09.05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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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부동산 시장은-중]복수대출자 금리인상에 허리 휜다

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모(55)씨는 최근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김씨가 1년전 분당의 한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국민은행에서 빌린 돈은 4억5000만원. 현재 그가 부담하는 매달 이자만 꼬박 270여만원이다. 1년 새 금리가 0.7%포인트 올라 연 7.45%를 내면서 매달 25만원의 이자를 추가 부담하고 있다.

직장이 없이 임대 소득으로만 생활하던 김씨에게 대출금이 이제 큰 부담이 된 것이다. 그는 은행을 찾아가 조금이라도 금리를 할인받을 수 없는지 통사정했고, 이에 은행은 김씨의 거래실적과 기여도를 평가하고 본점 승인 과정 등을 거쳐 0.3%포인트나마 금리를 깎아줬다.



요즘 시중은행 창구의 대부계는 어떻하면 금리를 할인받을 수 있는 지 상담하는 고객과 입시름을 하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 창구에 줄을 서 있던 지난해 풍경과는 딴판이다.

콜금리 인상 여파로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연 8%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이 곧 8%대로 진입하면 가계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더욱 심각한 것은 복수 대출자들이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조건부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기간을 늘리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타는 방법이 쉽지 않은 데다, 금리 상승기엔 이자부담을 떠앉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작년 가을 부동산 상승기에 빚을 내 여러채를 구입한 조건부 대출자들은 이자폭탄에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조건부대출은 1만5577건이며 금액으로는 2조원에 이른다. 이중 처분조건부대출이 1만4715건으로 전체의 94.5%에 이른다.

처분조건부란 이미 아파트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투기지역 안에 새로운 아파트를 구입하면서1년내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새로운 대출을 받은 것을 말한다.
"주택대출이자 좀 깎아주세요"


경기 의정부에 사는 양모씨 역시 이 처분조건부 대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양씨는 시중의 한 은행에서 각각 8700만원, 7500만원에 대출을 받아 일시적 2주택자가 된 조건부 대출자다.


그는 "나중에 산 집을 처분하지 않고 일단 그 대출금 7500만원부터 10월 만기 전에 갚을 생각"이라면서 "그러나 은행직원은 대출금 상환에 상관없이 집을 만기 전 처분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대출금에 대한 연체이자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면서 부담스러워했다.

실제 처분조건부대출은 1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지 않을 경우 약 15%의 연체이자를 물어야 하고 3개월 안에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면 경매 등 강제상환절차를 밟게 된다.
함 실장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 부담으로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 어려워진 만큼 '똘똘한 1채'로 재테크를 하고 기대수익이 적은 집부터 처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내집 마련 수요가 많은 9~10월 중 이를 처분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서는 조건부 주택대출이 부실화돼 집값 경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최근 1년 간 유예기간이 끝난 조건부 대출 2만2775건의 특약이행률(조건부대출 상환 포함)은 98.6%로 대부분의 차주가 주택을 처분하는 등 특약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월 평균 주택거래량이 10만가구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조건부 대출이 일시에 시장에 나오더라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택가격 급락요인이 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일부 부동산 업계에서는 조건부 주택대출이 부실화 조짐을 보이면 정부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를 의식해 처분 유예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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