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스카운트 족쇄'가 풀리고 있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7.09.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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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변화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쾌속질주의 서막인가

"현대자동차 (277,500원 ▲1,500 +0.54%)의 권력구조에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최근 현대차 노사의 달라진 모습을 크게 반기고 있다. 특히 노조의 변화에 대해 "단순히 전술적인 임시방편이 아닌 중장기 변화를 여는 서막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단일 사업장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이자 최강성 노조란 평을 듣고 있는 현대차 노조가 구조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경우 국내 산업·기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묻지마 파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현대차 사측은 오랜 고통의 터널을 지난 끝에 희망의 빛을 보기 시작했다.



◇현대차 노조의 연성화=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의 온건화에 대해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며 비교적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현대차 노조의 변화는 시대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노조의 변화는 사측에서 추진해 온 글로벌화를 통해 물밑에서 유도돼 왔고, 결국 노조의 현실인식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상현 하나대투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차 노조도 이제 정치파업보다는 복지를 더 선호하고 있다"며 "노조의 모습은 구조적 변화를 통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길게 봤을 때 2010년 복수노조 허용,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 등으로 노조 입지는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실리를 챙기는 노조가 살아남는 구도"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노사협상에서 노사간 권력양태가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사측은 매년 생산계획을 잡을 때 '파업'을 핵심변수로 잡고 있다. 아예 평균 파업일수를 산정해 생산전략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해외판매가 기대에 못미치며 파업에 따른 피해가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히려 파업이 단행됐을 때 악성재고 등을 해결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협상을 둘러싸고 사측이 과거에 비해 느긋한 반면 노조측이 몸달아 하는 국면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생산이 빠르게 늘어나며 국내 공장의 파업 영향력이 줄고 있다"며 "노조도 이를 잘 알고 있어 과거처럼 마냥 강경으로 치달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현재 35% 수준인데, 2010년께 이를 50%대로 높이게 된다.

서 연구원은 이어 "현대차 직원의 평균근속 연수는 15.1년으로 40대가 주축"이라며 "80·90년대식의 강경투쟁 선호도가 많이 준 반면 지난해 최악의 상황을 겪으며 강성투쟁에 대한 염증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토요타 혼다 닛산 등이 고급차에 이어 대중차까지 잇따라 국내에 진출시키고 있어 위기의식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리레이팅, 질주 예고=현대차 노사의 전향적인 타협은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긍정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실적이 당장 좋아지는 것은 아니어서 즉각적인 주가반등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상현 수석연구위원은 "파업을 하지 않는다 해서 당장 생산을 더 늘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실적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일단 파업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어 들면 내년부터 생산 및 판매에 커다란 긍정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성문 연구원은 "노사의 전격적인 타협에 따른 효과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의 2/4분기 실적은 생각보다 높게 나와 이미 목표주가를 올린 상태인 데다 노조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사관계가 새로운 지평으로 나아갈 경우 '생산성 및 실적 향상→해외신인도 및 브랜드인지도 제고→판매 증가→복지 개선←실적 향상'이란 선순환 구도를 만드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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