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63억달러에 외환은행 인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서명훈 기자 2007.09.03 22:18
글자크기

(종합2)감독당국, 국내 인수 후보 "당혹"

영국 최대 은행인 HSBC가 3일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금융감독 당국 및 국내 인수 후보들이 크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HSBC, 63억달러에 외환은행 인수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HSBC 발표 직후 홍영만 홍보관리관을 통해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재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간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밝혀 온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 등은 할 말을 잊은 채 향후 법원 판결과 금융감독 당국의 최종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HSBC, 63억달러에 외환은행 인수
금융계는 HSBC의 '강공'이 일단 외환은행 인수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사실상 '협상 자제' 시그널을 무시한 데다, 참여 정부 임기말 상황을 고려해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소한 한국의 금융당국을 '시험'해 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계 파이낸셜 타임스는 HSBC의 인수 가격이 시장의 예상 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법원 판결 등 넘여야 할 장애물이 많은 상태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완결되는 경우 국내 후보들만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우려했다.

HSBC는 이날 론스타가 보유중인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 1월31일까지 감독당국에 정식 승인을 신청하는 조건이다.
 
인수 주체는 HSBC의 100% 자회사인 HSBC아시아퍼시픽홀딩스(HSBC아시아)이며, 가격은 내년 1월31일까지 인수가 완료될 경우 현금 63억1700만달러다. 원화로 환산한 주당 인수가격은 1만8045원으로 지난 달 31일 종가 1만4850원에 비해 21.5% 높다.



HSBC는 내년 1월 말을 넘겨 거래가 끝나는 경우 1억330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거래가 완료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비롯한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하며, 주식취득 승인을 위한 정식 신청서가 내년 1월 말까지 금감위에 제출되지 못하는 경우 론스타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내년 4월30일까지 인수가 완료되지 않으면 당사자 일방에 의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HSBC는 외환은행의 2대 주주인 수출입은행(6.25% 보유)이 태그얼롱(론스타와 동일한 조건에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하는 경우 론스타 지분 인수와 동일한 조건으로 인수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환은행의 다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를 계획하고 있지 않으며 거래가 완료된 이후에도 상장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은 이날 사내 방송을 통해 "HSBC의 인수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HSBC가 외환은행 지분 51%만을 인수함으로써 상장을 지속하고 은행명과 정체성도 유지하기로 확인했다"며 "고용 보장과 현 국내외 지점망 유지도 약속했다"고 말했다.

당혹감을 감추지 않은 국내 은행들은 HSBC 제안 가격이 높아 이번 계약이 파기돼 인수전이 다시 벌어지는 경우 인수 가격이 크게 치솟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