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법' 제2의 비정규직법 되나

머니투데이 김성희 기자 2007.09.0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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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특고법'인가(1)… 특고법 왜 논란인가

편집자주 보험설계사,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해당 기업들은 이 법안이 시행되는 경우 특수직 종사자의 대량실업 사태를 야기하고 관련 비용 증가로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해당사자인 특수직 종사자들마저 관련 법안 마련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6월 의원입법 형태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고법)안을 마련, 국회에 제출했다. 논란을 뒤로 하고 정부가 법안의 국회 통과를 강행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6회에 걸쳐 특고법의 문제점과 논란의 핵심, 바람직한 정책방향을 분석해본다.

정부가 만든 특수고용직보호법은 근로자와 자영인의 중간영역으로 특수직 종사자라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이들에게 노동관계법상 일정 수준의 보호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의 제정은 그동안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특수직 종사자들의 권익보호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특수직 종사자 요건을 법으로 정한 후 최종 적용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특수직 종사자들에게 노조가 아닌 단체 결성권과 협의권 만을 부여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특고법' 제2의 비정규직법 되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기업과 계약을 한 후 기업에서 맡긴 일을 하며, 정해진 수수료를 받는 사람을 말한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 운송차주, 화물차주 등이 있다.

이들은 기업과 위탁계약을 하고 본인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통해 영업활동을 한 후 성과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일반 근로자처럼 사용자로부터 출퇴근 관리나 업무에 대한 지시·감독을 받지 않는다. 수입도 자신이 일한 만큼 수수료를 받고 그에 대한 사업소득세를 내는 자영업자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체와 계약을 하고 정해진 업무를 맡아서 영업활동을 한다는 점이다. 또 영업활동의 내용과 방법을 업체의 감독없이 본인이 자유롭게 정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법원도 이러한 점 때문에 이들을 계속해서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판단해왔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들을 근로자로 봐야 하며, 노동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재계와 해당 업계는 만일 특수직 종사자들이 계약상의 문제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다면 표준약관을 새로 만들거나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한 감독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수고용직보호법=특고법상 특수직 종사자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는데도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지 않아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는 것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 타인을 사용하지 않을 것 등 두 요건을 갖춘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를 말한다.


특수직 종사자를 정하는데 있어 두 요건 외에 별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으로 다시 한정한 것은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특수직 종사자의 범위를 그때그때 유연하게 정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수직 종사자 중 △노무 제공 시간과 장소 및 업무내용이 사업주에 의해 결정 △사업주로부터 직·간접의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 등 두 요건을 갖춘 자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간주해 노동 3권을 모두 인정하도록 돼 있다.

특고법상 특수직 종사자들은 개별적 권리를 보호받는다. 서면계약, 부당 계약해지 제한, 계약해지 예고, 보수의 현금통화 지급, 연차휴가, 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성희롱 예방,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등 특수직 종사자의 개별적인 권리를 보호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특고법에는 특고 종사자의 계약조건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이 아닌 단체 결성권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단체 대표자는 사업주와 노무 제공에 관한 계약조건에 대해 협의할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집단행동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단체의 대표자가 특정사업장의 특수직 종사자 중 과반수가 그 단체에 있음을 증명하면서 협의를 요구하는 경우 해당 사업주는 반드시 이에 응하도록 법률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조정과 중재제도를 통해 해결하도록 하는 등 집단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특고법 왜 논란=특수고용직보호법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11월까지 보호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하면서다. 이 장관은 지난해 비정규직법, 노사관계 선진화 법안 등을 통과시킨 후 특고문제 해결에 매달려왔다. 당초 노동부는 노사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경총이 참여 자체를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특고법은 파업권을 빼면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노동법적 권리를 특고 종사자에게 부여하고 있다. 그만큼 경영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가격인상 등으로 인해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우려가 있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것이 국력 낭비를 줄이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6월14일 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 등 16명이 서명한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기습 제출하는 편법을 동원했다. 다행히 같은달 18일 열린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소위 상정이 부결됐다.

보험설계사가 특수직 종사자로 분류된 보험업계의 경우 특고법이 시행되면 설계사 판매조직이 폐지되고 대리점이나 전화 등 비대면 판매채널로 전환하는 보험사가 늘어나면서 설계사의 대량실업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골프업계는 경기보조원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골프장 입장에서 볼 때 11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고 전체 골프장 총 부담액이 3000억원 규모를 기록, 경기보조원의 90% 이상을 줄여야 하는 등 실업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레미콘업계와 학습지업계도 마찬가지. 레미콘업계는 레미콘운송차주에 대한 운송도급비의 추가적 부담이 5782억원, 관리비용이 1378억원이 발생, 총 7160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8%의 고용감소율이 예상되는데 이는 6000여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습지업계의 경우 학습지 교사를 100% 기간제로 전환하거나 또다른 사업방식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되며, 이에 따라 비자발적 실업자가 35~40%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는 여성 일자리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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