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론스타 '초강수' 왜?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반준환 기자 2007.09.0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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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유효기간 8개월 성사 가능성 있다?

HSBC은행이 조건부로 외환은행 (0원 %) 인수를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관련한 법원 판결 전 승인이 어렵다는 감독당국의 공식, 비공식 입장 표명이 수차례 있은 뒤다.

법원 판결이 인수 승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법리적인 판단과 함께 대선 전후의 불확실한 상황에 대비한 우선권 확보 차원 의미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만큼 인수 승인까지는 장애물이 많다는 얘기다.

'법원 판결 전 불가'라는 감독당국의 입장이 여전하고, 연말 대선 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더이상 외국계에 은행을 넘겨서는 안된다는 여론도 걸림돌이다. 감독당국의 만류에도 인수 추진을 강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계약유효기간 8개월= HSBC와 론스타의 인수 계약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계약의 유효기간이다. 계약 만료는 내년 4월30일까지로 8개월. 국민은행이 론스타와 맺었던 당시 유효기간 4개월(120일)의 두배다. 법원 판결이나 연말 대선 등 각종 변수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승인 신청 기한을 내년 1월31일로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상 인수 승인 신청 후 결론이 날때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인수 신청 전 필요한 사전정지 작업들을 철저히 하겠다는 뜻을 풀이된다.

기한 전까지 론스타 사건과 관련된 1심 판결 등이 나올 수도 있고, 대선 후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전까지 승인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각종 압박과 설득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사가능성 낮다" vs "혹시나"= 금융권에서는 일단 승인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선 법원 판결이 남아있다. 감독당국은 이날 계약 사실 공표 후 "재판결과에 따라 기존 법률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인수 승인이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다.
1심 판결은 빠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수도 있지만 항소심 등이 이어질 경우 최종적인 결론까지는 2~3년은 걸릴 것이라는 대체적인 분석이다. 국내 은행산업에 외국계 비중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또다시 외환은행을 외국계은행에 매각할 수 없다는 여론도 부담이다.

감독당국이 법원 판결 전 인수 승인이 어렵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상황에서 이를 무시하고 인수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문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료 제출을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승인 기간을 늘릴 수 있고, 검사 과정에서 결격 사유를 찾아낼 수도 있다"며 "감독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면 그만한 악재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HSBC의 자신감 있는 행보 속에 "뭔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법원 판결 1심 이후라든가, 연말 대선 이후에는 심사를 해줄 수도 있다는 언질을 받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는 HSBC가 막상 인수 승인을 신청하면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선 후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인수 무산을 예단하기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국내은행 "당혹" "무산 기대"=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공식발표되자 그간 외환은행에 관심을 보여왔던 국내 은행들은 할말을 잊었다.

금감원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판결전까지는 재매각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실제 계약을 맺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9부능선에서 발목이 잡혔던 국민은행 (0원 %)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이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할말이 없다"며 "다만 우리의 외환은행 인수의지나 방침은 변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농협 관계자는 "HSBC와 론스타의 행보가 이렇게 빠를줄은 몰랐다"며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필수적인데,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HSBC 진출 후 국내 은행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우수한 인력과 HSBC의 브랜드, 네트워크, 자금력이 결합할 경우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국내은행들이 위기감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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