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 의결권 '8배 뻥튀기'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9.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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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들이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주무르는 재벌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오히려 악화됐다.(* 아래 표 참조)

특히 삼성 등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의 총수들은 실제 소유 지분의 평균 8배에 이르는 의결권을 틀어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재벌 지배구조 되레 뒷걸음=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발표한 '2007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상(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9개 그룹의 의결권 승수는 평균 7.80배(4월1일 기준)로 작년 7.76배보다 높아졌다.



의결권 승수는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지분이 직접 소유한 지분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개 높아질수록 소유지배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본다.

올해 출총제 대상 전체인 11개 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평균 7.54배로, 지난해 출총제 대상(자산 6조원 이상) 14개 그룹의 7.47배보다 높아졌다.



2005년 처음 발표된 출총제 대상 그룹의 평균 의결권 승수는 2005년 8.57배에서 지난해 7.47배로 낮아졌다. 이들의 소유지배구조가 지난해 크게 개선된 뒤 올해 소폭 악화된 셈이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의 의결권 승수가 지난해 6.91배에서 올해 8.10배로 크게 높아졌다. 그룹 전체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계열사 자기자본 가중평균)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3.79배에서 5.75배로 높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적은 회사에서 자기자본이 크게 불어나면 자기자본 가중평균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다"며 "이런 경우 의결권 승수가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지난해 11.62배에서 9.40배로 낮아지며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됨을 보였다. 총수 일가의 그룹 전체 지분율이 높아진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의결권 승수가 12.53배에서 10.87배로 낮아졌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호출자제한제도 대상(자산 2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40개 그룹의 평균 의결권 승수는 작년 6.72배에서 올해 6.76배로 높아졌다.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주요 기업집단들의 소유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직 우리나라 기업집단들의 의결권 승수는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벌 총수 의결권 '8배 뻥튀기'


◆ 동양·SK그룹 소유지배구조 최악= 우리나라 주요그룹 가운데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이 가장 심한 곳은 동양그룹과 SK그룹이었다.

전체 상호출자제한제도 대상 43개 그룹 가운데 총수 일가의 '의결권 승수'가 가장 높은 곳은 동양그룹으로 무려 15.8배에 달했다.

SK그룹이 15.6배로 뒤를 이었다. STX그룹과 한화그룹도 의결권 승수가 각각 13.2배, 10.9배로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그룹과 SK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들이 직접 가진 지분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환상(고리)형 순환출자가 형성돼 있으면 통상 의결권 승수가 높게 나오는데, 동양그룹과 SK그룹도 이런 경우였다.

삼성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8.1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LG그룹은 6.8배, 현대차그룹은 5.8배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타이어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1.1배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들이 직접 가진 지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의결권만 쥐고 있다는 뜻이다. KCC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1.2배에 머물렀다.

효성그룹과 교보생명보험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1.4배에 그쳤고, 태평양 역시 1.5배에 머물며 소유지배구조의 양호함을 보였다.

◆ 10대그룹 중 7곳 환상형 순환출자= 총수가 있는 민간그룹 중 자산총액 기준 10대 그룹 가운데 LG GS 금호아시아나 3곳을 제외한 7곳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발견됐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롯데 한진 현대중공업 한화가 그렇다.

삼성그룹에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 (38,400원 ▲200 +0.52%)-삼성에버랜드' 등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272,500원 ▼13,500 -4.72%)-기아차 (123,600원 ▼5,000 -3.89%)-현대모비스 (235,500원 ▼12,000 -4.85%)-현대차' 등의 순환출자 고리가 발견됐다.

SK그룹은 'SK (207,000원 ▼12,000 -5.5%)홀딩스-SK텔레콤 (51,700원 ▲200 +0.39%)-SK C&C-SK홀딩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 (62,800원 ▼1,100 -1.72%)-롯데카드-롯데칠성 (129,300원 ▼2,900 -2.19%)-롯데쇼핑' 등의 순환출자 고리를 두고 있었다.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한국공항-한진-대한항공',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의 순환출자 고리가 파악됐다. 한화그룹도 '한화-한화석유화학-한화증권-한화' 등의 순환출자 고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총수있는 민간그룹 가운데 자산 11위인 두산그룹의 경우 지난 5월 '두산-두산중공업-두산엔진-두산' 등의 순환출자를 끊으면서 그룹내 환상형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 처장은 "대규모 기업집단의 환상형 순환출자는 외환위기 이후 줄곧 늘어나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어드는 추세"라며 "SK그룹도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환상형 순환출자를 해소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환상형 순환출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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