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지배구조 되레 뒷걸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7.09.02 12:00
글자크기

삼성 등 그룹 총수들 실제 소유지분의 '8배' 의결권 보유

총수들이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주무르는 재벌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오히려 악화됐다.(* 아래 표 참조)

특히 삼성 등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의 총수들은 실제 소유 지분의 평균 8배에 이르는 의결권을 틀어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 지배구조 되레 뒷걸음


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발표한 '2007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유지분구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상(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9개 그룹의 의결권 승수는 평균 7.80배(4월1일 기준)로 작년 7.76배보다 높아졌다.



의결권 승수는 그룹 총수 일가가 계열사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지분이 직접 소유한 지분의 몇배인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대개 높아질수록 소유지배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본다.

올해 출총제 대상 전체인 11개 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평균 7.54배로, 지난해 출총제 대상(자산 6조원 이상) 14개 그룹의 7.47배보다 높아졌다.



2005년 처음 발표된 출총제 대상 그룹의 평균 의결권 승수는 2005년 8.57배에서 지난해 7.47배로 낮아졌다. 이들의 소유지배구조가 지난해 크게 개선된 뒤 올해 소폭 악화된 셈이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의 의결권 승수가 지난해 6.91배에서 올해 8.10배로 크게 높아졌다. 그룹 전체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계열사 자기자본 가중평균)이 낮아진 영향이 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의결권 승수도 3.79배에서 5.75배로 높아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적은 회사에서 자기자본이 크게 불어나면 자기자본 가중평균 기준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아진다"며 "이런 경우 의결권 승수가 높아지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반면 두산그룹은 의결권 승수가 지난해 11.62배에서 9.40배로 낮아지며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됨을 보였다. 총수 일가의 그룹 전체 지분율이 높아진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아지면서 의결권 승수가 12.53배에서 10.87배로 낮아졌다.

한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호출자제한제도 대상(자산 2조원 이상)으로 지정된 40개 그룹의 평균 의결권 승수는 작년 6.72배에서 올해 6.76배로 높아졌다.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주요 기업집단들의 소유지배구조가 크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직 우리나라 기업집단들의 의결권 승수는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