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초보운전'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9.0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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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재정추계에 선심성 정책 반복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관리 시스템이 '낙제' 수준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세밀하고 꼼꼼한 재정추계에 의거해 정책 수립과 집행이 이뤄져야 함에도 임기응변 및 포퓰리즘적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건보 재정은 적자 투성이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보장성 강화도 '미완'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 부담은 조세나 마찬가지인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엉터리 재정 추계=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재정 설계는 해년마다 그 아귀가 맞지 않는다. 복지부가 예상하는 올해 건강보험 재정적자분은 3700억원 가량이다. 그러나 4월에는 적자액이 22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잡았었다. 4달 사이에 1700억원이나 늘려 잡았다.

이 수치도 연말이 되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도 당초 1800억원의 적자를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747억원의 적자가 났다.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1년에는 복지부 추계와 실제 결과는 1조원이나 나기도 했다.



복지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최근 몇년 사이에 크게 증대되면서 오차가 생기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부실 설계'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의 거부로 담뱃값 인상이 힘듬에도 올해에는 3750억원, 지난해는 1485억원의 건강증진부담금 지원액을 추가로 받는 것을 전제로 예산을 짜는 촌극을 2년 연속 빚기도 했다.

퍼주기식 정책=정확한 미래 진단 없이 '졸속'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대표적인 게 입원환자 식대의 보험적용으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환자 밥값으로만 4355억6000만원이나 지출됐다.


건보급여 지출총액의 2% 정도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으로 이는 건보 재정압박 요인으로 직결되고 있다. 복지부도 문제점을 공감하면서 연말께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입원환자 식대의 본인부담률을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월부터 적용된 6세미만 아동의 외래진료 본인부담률 경감도 당초에는 성인의 50%로 입법예고 했었으나 재정수요 예측 실패로 70%로 재입법예고 하는 상황을 자초했다.

당초 올해 7월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었던 6세미만 아동의 무료예방접종사업도 재정난 때문에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미뤘다.

보장성 강화 로드맵 '삐그덕'=복지부가 2005년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 대로라면 올해는 보장성이 70%, 내년에는 71.5%까지 확대돼야 한다.

이에 맞춰 건강보험료 인상률은 2005년 2.38%에서 2006년 3.9%, 올해는 6.5%로 상승했고, 예산도 예정대로 투입됐지만 목표치와는 거리가 멀다. 내년에도 큰 폭의 건보료 인상이 예고돼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예상보다 빠른 의료비와 비급여비 증가가 문제였다"며 실패를 자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복지부가 고액중증질환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맞지 않게 대상자를 지나치게 넓게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재정관리 효율화 대책은=일부에서는 정부가 급여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감시하고 견제할 시스템이 부재해서 건강보험 재정관리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은 건강보험재정을 기금화시켜 국회에서 감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안도 2건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 경우 정치권의 속성상 인기영합적으로 흐르면서 장기적인 건강보험 대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아 논란만 이어지고 있다.

주정미 복지부 보험정책팀장은 "기금 체계가 맞느냐, 현재 제도가 효율적이냐 하는 부분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결론이 나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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