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글로벌경제 어떤 영향?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8.3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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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악영향은 미국… 한국도 영향 불가피

서브프라임, 글로벌경제 어떤 영향?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 대평원 지역에는 '테튼 마운틴'이란 거대한 산이 우뚝 솟아있다. 대평원을 둘러보다 갑작스래 한쪽에 솟아있는 거대한 봉우리를 보면 누구나 속으로 뜬금없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서브프라임 사태도 이와 매우 닮았다. 잘 나가던 전세계 경제(특히 증시)에 갑작스레 나타나 글로벌 금융시장을 혼란속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는 매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BR) 위원들과 주요 거시 경제학자들이 모여 연례 통화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올해 심포지엄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신용경색 위기가 전세계 경제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금융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시중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신용경색 해소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FRB는 재할인율을 인하하고 은행권을 대상으로 긴급 융자에 나서는 등 간접적인 지원책들을 구사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이러한 노력들은 지난주 금융시장을 안정화 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러나 아직까지 모기지 증권 등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 전반은 신용경색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신용경색 위기가 실제로 전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미국이 가장 큰 타격

일단 가장 큰 영향은 미국에서 받을 것이다. 미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신용경색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다. 미국 경제는 2분기 활발한 회복세를 보이다 갑자기 8월들어 서브프라임이란 복병을 만났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4.0%(잠정치)에 달했고, 설비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임금 상승률도 견조했으며, 유가는 하락하면서 경제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8월을 계기로 전망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떻게 보면 2분기 경제 호황은 실물보다 오히려 주가상승에 힘입은 바 컸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2분기 그다지 좋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그리고 3분기 들어서도 일부 소비 지출은 부진한 모습을 이어갔다. 지난 7월 자동차 판매는 9년래 최저치에 머물렀다.

특히 미국의 주택 시장은 사람들의 우려보다 더 나쁜 최악의 시기를 이어갔다. 7월 신규주택착공건수는 138만채로 전달보다 6.1%, 지난해 7월에 비해서는 20.9%나 급감하면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택 재고도 16년래 최고치로 늘어났다. 또 주택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렇듯 취약한 주택 경기는 8월 신용경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신용경색은 모기지 대출을 줄여 주택 시장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건설 부문 부진은 성장률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주택가격의 두자릿수 하락은 소비 지출을 줄이고 부채를 증가시킨다. 이로인한 주식시장의 하락은 소비 심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월가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번 사태의 결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FRB가 금리를 낮추는 방법으로 위기 대처에 나설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주택 가격이 정말 두자릿수로 떨어진다면,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 美 경제부진, 글로벌 동반 침체 야기

미국 경제 부진은 전세계 다른 국가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전세계 경제 성장이 미국 경제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견조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과신은 서브프라임으로 인한 혼란이 다른 국가에도 충분히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브프라임은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전세계 증시는 서브프라임 바이러스에 감염, 폭락장을 경험했고, 각국 금융시장도 좌불안석이다.

서브프라임 위기는 전세계적인 위험 기피 현상을 초래했다. 위험기피 현상이 나타나면, 이머징 시장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에 투자한 유럽 은행들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주택 버블 있는 한국도 영향 불가피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 심리적인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은 주택 버블이 있는 한국, 영국, 스페인 등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즉, 주택 가격이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점은 미국 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말해준다. 즉, 미국이 전세계의 가장 큰 수요자라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 경제의 부진은 전세계 수요 감소를 촉발하는 요인이다.

신용경색으로 인한 결과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명확해 질 것이다. 이에 따라 어느 때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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