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 내 경쟁자인 신한ㆍ우리금융지주 등이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걸맞는 금융포트폴리오를 갖추고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빅4 중 국민은행만 기존 형태의 은행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입장변화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 말만해도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여부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4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주사 체제전환은 시간을 두고 검토할 문제며 내부적으로 강점과 약점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지주사 전환을 놓고 국민은행의 태도가 변했음을 시사했다.
◇대형M&Aㆍ종합금융서비스 유리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자통법 등 금융환경 변화 외에도 현 은행법상 제약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주사로 탈바꿈하게 되면 우선 대형 M&A가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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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염두에 둔 김 수석부행장은 은행의 자회사 출자한도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자기자본이 18조원에 달하는 국민은행은 30%로 묶인 자회사 출자한도 때문에 대형 M&A를 위해 자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5조원 정도로 제한된다. 이때문에 외환은행 인수같은 메가딜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투자자를 끌어와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로 변신할 경우 이를 100% 활용할 수 있어 18조원을 '총탄'으로 쓸 수 있다.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또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사들에 대해 다양한 금융업종의 외국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쉽게 규제를 완화, 해외진출 환경이 더욱 유리해졌다는 점도 이점이다.
이밖에 은행법상 자회사간 인력ㆍ고객정보 교류가 고객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사로의 변신은 국민은행의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에 한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 탄생하나](https://thumb.mt.co.kr/06/2007/08/2007082915174236811_1.jpg/dims/optimize/)
그렇다면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어떻게 진행될까.
국민은행에 정통한 소식통은 "국민은행 이사회가 오는 12월 지주사 전환에 대해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행장의 임기가 10월말 만료되는 관계로 차기 행장의 선임 이후 본격적인 '탈바꿈'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본격적인 금융지주사의 출범을 위해서는 1~2년의 시간은 걸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지주사 전환결정 이후 준비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김 수석부행장의 발언을 근거로 볼 때 국민은행은 현재 보유중인 금융자회사가 다루지 못하거나 역량이 떨어지는 금융부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민은행의 자회사는 △KB부동산신탁(지분율 99.99%) △KB창업투자(99.99%) △KB신용정보(99.73%) △KB데이타시스템(99.99%) △KB생명보험(51%) △KB자산운용(80%) △KB선물(99.98%) 등 모두 7개다. 이들 자회사는 이미 은행이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 시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KB금융지주 탄생하나](https://thumb.mt.co.kr/06/2007/08/2007082915174236811_2.jpg/dims/optimize/)
국민은행은 현재 한누리증권 인수를 위해 대주주측과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약 30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이번 딜이 성공할 경우 국민은행은 증권업 라이센스 획득 뿐 아니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한누리증권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KGI증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국민은행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증권사는 모두 '비상장사'라는 특징이 있다. 이에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민은행 입장에서 상장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대주주 지분 외 잔여지분을 시장에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인수와 함께 국민은행이 M&A에 뛰어들 분야는 자산운용과 보험부문이다. 이미 K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갖추고 있지만 국민은행 경영진은 자산운용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M&A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자동차보험 등 방카쉬랑스 시너지 확대를 노리고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나설 의사를 보이고 있고, 이미 진출한 생명보험업의 규모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등 보험업 본격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