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탄생하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7.08.2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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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1등' 지주사 전환검토..비은행 육성-해외진출 등 위해

국민은행의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기홍 수석부행장이 이날 공식석상에서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언급한 것은 그간 가능성으로만 점쳐져온 국민은행의 본격적인 지주사 전환결정이 임박했음을 보여준다.

국내 금융시장 내 경쟁자인 신한ㆍ우리금융지주 등이 자본시장통합법 시대에 걸맞는 금융포트폴리오를 갖추고 환경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빅4 중 국민은행만 기존 형태의 은행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국내 최대은행' 지위가 경쟁자의 맹추격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고 자통법 시대를 맞아 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은행의 전통적인 업무영역만 고수해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이끌게 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이는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에 대한 입장변화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지난해 말만해도 국민은행은 지주사 전환여부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4월 1/4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지주사 체제전환은 시간을 두고 검토할 문제며 내부적으로 강점과 약점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지주사 전환을 놓고 국민은행의 태도가 변했음을 시사했다.



"현재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고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는 김기홍 수석부행장의 이날 발언은 국민은행이 이미 지주사 전환을 내부적으로 확정짓고 대변신의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형M&Aㆍ종합금융서비스 유리

국민은행이 지주사 전환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자통법 등 금융환경 변화 외에도 현 은행법상 제약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주사로 탈바꿈하게 되면 우선 대형 M&A가 쉬워진다.


이를 염두에 둔 김 수석부행장은 은행의 자회사 출자한도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자기자본이 18조원에 달하는 국민은행은 30%로 묶인 자회사 출자한도 때문에 대형 M&A를 위해 자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5조원 정도로 제한된다. 이때문에 외환은행 인수같은 메가딜을 위해서는 외부에서 투자자를 끌어와야 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로 변신할 경우 이를 100% 활용할 수 있어 18조원을 '총탄'으로 쓸 수 있다.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또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지주사들에 대해 다양한 금융업종의 외국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쉽게 규제를 완화, 해외진출 환경이 더욱 유리해졌다는 점도 이점이다.

이밖에 은행법상 자회사간 인력ㆍ고객정보 교류가 고객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지주사로의 변신은 국민은행의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에 한결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 탄생하나


◇KB국민금융지주의 청사진은

그렇다면 국민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어떻게 진행될까.

국민은행에 정통한 소식통은 "국민은행 이사회가 오는 12월 지주사 전환에 대해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행장의 임기가 10월말 만료되는 관계로 차기 행장의 선임 이후 본격적인 '탈바꿈'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본격적인 금융지주사의 출범을 위해서는 1~2년의 시간은 걸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지주사 전환결정 이후 준비기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김 수석부행장의 발언을 근거로 볼 때 국민은행은 현재 보유중인 금융자회사가 다루지 못하거나 역량이 떨어지는 금융부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민은행의 자회사는 △KB부동산신탁(지분율 99.99%) △KB창업투자(99.99%) △KB신용정보(99.73%) △KB데이타시스템(99.99%) △KB생명보험(51%) △KB자산운용(80%) △KB선물(99.98%) 등 모두 7개다. 이들 자회사는 이미 은행이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지주사 전환 시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KB금융지주 탄생하나
국민은행이 가장 우선적으로 M&A에 나설 부분은 증권사 인수다. 일각에서는 기관경고 기간이 끝나는 9월경 국민은행의 증권사 인수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현재 한누리증권 인수를 위해 대주주측과 가격협상을 벌이고 있다. 약 30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되는 이번 딜이 성공할 경우 국민은행은 증권업 라이센스 획득 뿐 아니라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한누리증권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KGI증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국민은행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증권사는 모두 '비상장사'라는 특징이 있다. 이에 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 국민은행 입장에서 상장증권사를 인수할 경우 대주주 지분 외 잔여지분을 시장에서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가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증권사 인수와 함께 국민은행이 M&A에 뛰어들 분야는 자산운용과 보험부문이다. 이미 KB자산운용을 자회사로 갖추고 있지만 국민은행 경영진은 자산운용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M&A등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자동차보험 등 방카쉬랑스 시너지 확대를 노리고 손해보험사 인수에도 나설 의사를 보이고 있고, 이미 진출한 생명보험업의 규모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는 등 보험업 본격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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