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온난화 태풍이 몰려온다"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7.08.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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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특집1]한반도 급격한 온난화, 정부ㆍ지자체 대응

'2005년 미국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더 센 태풍, 한반도 상륙', '한강ㆍ낙동강 등 한반도 주요 하천의 유량, 최대 35% 들쑥날쑥 변동'.

국내 기후 전문가들이 예측한 미래 기후 시나리오다. 30일부터 이틀간 열린 '2007 기후변화 전문가 워크숍'에서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빠른 기후변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한반도 기온은 지난 100년 간 1.5도 올랐다. 그동안 지구 온도는 0.74도 상승했으니, 한반도 온도 상승세는 지구의 두배인 셈이다.

한반도 온도가 앞으로 2도 더 오르면, 난대 기후대가 중부지방까지 올라간다. 4도 더 오르면, 남한 지역 대부분이 난대 기후가 되고 남부 해안 지역은 아열대가 된다.



6도 더 오르면? 환경부는 "산림생물이 멸종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폭염사망자는 300명 이상 증가한다. 2081~2090년엔 전국 평균 벼 수량이 14.9%, 300평당 80.2킬로그램이 감소할 수도 있다.
↑한반도 기온 변화 시나리오 (자료 : 환경부) ↑한반도 기온 변화 시나리오 (자료 : 환경부)


◇2090년 대구의 겨울은 열흘...지자체 대응 절실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 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이라는 대중가요 가사도 옛말이 될 지경이다.

국립기상연구소는 1990년 서울의 여름 길이가 1920년보다 16일 늘어났고 2040년엔 9일, 2090년엔 20일 더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겨울은 이미 16일 이상 줄어들었다.


계절의 길이변화는 대구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1920년 대구의 여름은 5월 30일에 시작됐지만, 1990년엔 5월 16일에 시작됐고 여름의 길이는 21일 늘어났다. 2090년 대구는 겨울이 열흘 남짓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온실가스가 현재의 2배로 늘어나면, 태풍은 '슈퍼태풍'으로 커진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이 경우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같은 기록적 태풍보다도 초속 10미터 더 강력한 슈퍼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한국정부는 정부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기후변화협약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99년 이후 3년 단위로 '기후변화협약 종합대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100년간 아시아 기온 변화(자료 : IPCC, 환경부) ↑100년간 아시아 기온 변화(자료 : IPCC, 환경부)
지난 22일엔 국가에너지위원회가 '기후변화 대응 신국가전략'을 발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국가목표 수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지자체, 중소기업, 일반시민 등 민간 부문이 기후문제에 관심이 적고 거의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지역별로 크게 달라 특히 지자체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환경부ㆍ환경관리공단이 지난해부터 실시해 온 '지자체 기후변화 대응활동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한 지자체는 통 틀어 지난해 11곳, 올해 16곳였다. 전국 16개 광역시와 230개 지자체가 있으니, 참여도가 6.5%에 불과한 셈이다.

◇서울시는 '온실가스 줄이기', 제주시는 '바람과 유채꽃 활용'

지자체 중에서도 서울시, 제주도, 충남도는 발 빠르게 위기 대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서울은 중앙 정부의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대응 프로그램을 기획ㆍ추진하는 대표적 지자체로 손꼽힌다.

서울특별시는 지난 4월 오세훈 시장의 '친환경 선언'을 계기로 내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마스터플랜'을 작성하고 1000억원 대의 '기후변화기금'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 정책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민들이 8월 21일 시청광장의 이동식 그늘,<br>
 '에코터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황국상 기자↑서울시민들이 8월 21일 시청광장의 이동식 그늘,
'에코터널'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황국상 기자
우선, 서울시는 이산화탄소량으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 3000만톤(2004년 기준)을 2020년에는 15%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서울은 한반도 최대 인구 밀집지역 건물 부문에서 45%(약 1350만톤), 수송 부문에서 40%(약 1200만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사업은 에너지 이용 합리화와 친환경 교통수단 보급, 폐기물 재활용 및 바이오매스 발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특유의 거센 바람과 풍부한 유채꽃을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제주 전체 전력소비의 1.4%만 충당하고 있는 풍력 에너지 비율을, 3년 후인 2010년까지 9.8%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유채꽃을 활용한 바이오디젤 사업 역시 제주가 놓칠 수 없는 영역. 도는 풍력 발전과 바이오디젤 부문 참여하는 업체에 직불금이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주는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10% 줄인다는 목표를 내놨다.

제주도는 환경부지사를 중심으로 '총괄대응정책팀', '기후변화 연구조사팀', '친환경 산업팀'으로 구성된 대규모 '기후변화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또, 지난 7월 환경부와 '기후변화 대응 시범 지자체 협약'을 맺기도 했다.
↑제주도 용수리 풍력시설 ⓒ제주특별자치도↑제주도 용수리 풍력시설 ⓒ제주특별자치도
기초 지자체 단위에서는 서울 영등포구가 눈에 띈다.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해부터 관내 온실가스 배출현황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폐기물 감량ㆍ재활용, 에너지 절약 홍보 등 사업을 기획해 조만간 추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한 영등포구 관계자는 "연구용역과 사업 시행에 2013년까지 총 27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환경부에 기후변화 대응 시범 지자체 협약을 맺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환경관리공단 관계자는 "광주ㆍ대구시는 '청정도시 조성'에, 부산ㆍ울산시는 '산업체 배출 온실가스 저감'에 각각 중점을 두고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지구온난화법 제정하자"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의 안준관 부장은 "'서울은 15%, 제주는 10%' 식으로 지자체마다 제각각 목표를 천명하고 있지만 중앙 정부가 명확한 감축목표를 세우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ㆍ일본처럼 중앙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 목표를 수립하는 등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1997년 '지구온난화법'을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수립토록 지원하고 있다.

안병화 지속가능발전위 팀장 역시 기후변화 대응의 체계적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 상설 조직 등 제도적 인프라 마련을 제안했다.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 전 인류가 지구온난화라는 재앙에 직면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정세를 지방에서 잘 파악하지 못하는 점이 문제"라면서 "지자체 인식 제고와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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