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은행 또다른 시한폭탄

김유림 기자 2007.08.2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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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글로벌 투자은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같은 비우량 채권을 매입해 풀을 형성한 후 이를 근거로 또 다시 증권을 유통시키는 위험한 거래에 집중해왔다.

전문가들은 신용 경색이 다소 진정되더라도 투자은행들의 향후 실적이 다시 쇼크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 문제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부실 채권들의 가치가 제대로 산정됐는지 여부다. 최근 신용 위기로 리스크와 채권 가격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가치가 실제 보다 높게 평가됐을 경우 쓰나미가 예상된다.

펑크지겔의 딕 보브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선 누구도 어떤 채권이 가치가 있는지 단서조차 찾을 수 없다"면서 "아마도 투자은행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 가치를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투자은행들의 일감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사모펀드들의 차입매수(LBO)덕에 유가증권 발행 수입이 쏠쏠했다. 사모펀드들이 기업 인수를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 투자은행들이 중간에서 채권을 발행하고 얻는 수수료는 최근 어닝 서프라이즈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용 시장이 꽉 막히면서 더 이상 사모펀드의 딜에 자금을 대줄 간 큰 투자자들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들의 유가 증권 발행 수입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다. 이 위기가 쉽게 진정될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CNN머니는 이와 관련 29일 투자은행들이 LBO 계약에서 챙기는 수수료는 전체 인수 금액의 최대 5%까지 달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월가 투자은행의 부진은 실물경제에 또 다른 영향을 미쳐 미국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투자은행들은 신용 위기 폭탄을 맞고 주가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을 가장 먼저 고백한 대형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6월초 대비 주가가 25% 급락했다.

특히 S&P500업종에서 금융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기 때문에 금융주에 대한 매도 공세는 전체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증시에서도 금융주들은 급락했다. 메릴린치는 3.86%, 골드만삭스는 3.93%, 베어스턴스는 3.37%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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