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두달, 여전히 '카오스'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08.2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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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날의 칼' 명암 뚜렷·노사 양보 필요

비정규직법보호법이 시행된 지 오는 31일로 두달이다. 그간 정규직화로 고용 보장을 받은 비정규직이 있는 반면 해고나 외주화로 이전보다 더 열악해진 비정규직도 존재한다. 직군분리 정규직화를 둘러싼 '짝퉁' 논란도 이어진다.

반면 차별시정 제도는 예상만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고용 유연성 확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입법취지가 현실에 제대로 반영되는지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회의적이다. 여전히 '혼돈' 상태다



정규직화 바람=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적용된 300인 이상 대기업은 1982곳이다. 이중에서 금융·유통·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이 잇따랐다.

신세계는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5019명의 계산원 전원을 기존 정규직과 차별이 없는 정규직 신분으로 전환시켰다. 삼성홈플러스(2년 이상 근무 계산원 2758명)와 롯데쇼핑(매장관리자 및 사무보조 564명), 홈에버리테일(2년 이상 근무 계산원 400명) 등의 유통업체도 상당수에게 정규직 신분을 부여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3076명의 텔러와 콜센터 직원을 별도 직군을 신설해 정규직으로 바꾼 것을 비롯해 하나은행(1년 이상 근무 텔러사무지원 141명), 부산은행(창구직·전산직 606명 일괄 전환), 외환은행(계약직 1000명 일괄전환), 산업은행(2년 이상 근속자 131명), 기업은행(2년 이상 근무 계약직 1483명) 등이 동참했다.

이밖에 EBS, 현대자동차,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모두 30개사 1만784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법의 수혜자가 됐다.

해고·외주화 '칼바람'=비정규직법 때문에 도리어 고통을 받는 이들도 상당수다. 이랜드그룹 계열 뉴코아에서는 계산업무를 외주화시키면서 53명을 계약해지 했다. 이게 발단이 돼 이랜드는 한달넘게 지독한 노사갈등에 시달리고 있다.


송파구청은 법 시행에 앞서 35명의 비정규직을 일괄 해지했다. 서울대병원과 성신여대, 광주시청, 울산시청 등에서도 외주화 등을 이유로 한 비정규직 해고로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졌다.

노동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훨씬 많다며 '비정규직 해고법'을 전락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노동계는 직군제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고용보장이라는 미명아래 실질적인 처우는 개선하지 않은채 열악한 처우를 고정시키는 '눈가림용'이라고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더딘 '차별시정'=한 직장에서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임금 및 복지에서 차별이 있을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차별시정 제도는 외면받고 있다.

28일 현재까지 차별시정 신청은 7개 사업장에서 113건이 들어왔을 뿐이다. 대부분이 동일한 내용을 갖고서 단체로 신청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7건이나 마찬가지다. 억눌렸던 비정규직의 불만과 원성이 차별시정을 통해 폭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때문에 신분보장이 안되는 비정규직 개인이 회사와 1대 1로 맞서는걸 요구하는 제도설계에 대한 원성이 비등하다. 노동계는 조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형우 노동부 비정규직대책팀장은 "두달을 갖고서 평가하기는 너무 이르다. 더 시간을 두고 면밀히 영향을 판단해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노·사 고통분담 필요=경영계는 노동계와 반대 지점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업여건을 고려하지 않은채 사회적 분위기가 외주화와 구조조정을 무조건 '사회악'으로만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홍보본부장은 "기업들의 출구를 막아놔서 결국에는 고용위축을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도의 순기능이 발휘되려면 노·사 모두의 양보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박사는 "법 시행 두달이 돼가는데 비정규직을 함부로 고용해서는 안된다는 시그널만큼은 확실해졌다"면서 "기업은 외주화를 자제하고 기성 노조는 비정규직까지 보듬고 나가려는 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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