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엄청난 기회 온다… 월가 IB 인수도 가능"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08.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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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전 아틀라스 회장 인터뷰③

미국 경제가 이번 신용경색 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울하게 전망한 데이비드 전 아틀라스 회장은 "한국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 세계 금융질서가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계기로 새롭게 짜여지는데, 이를 미리 주도적으로 준비하면 금융강국이 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전 회장은 "위험을 바라보는 정부와 리더들의 생각이 바뀌어야한다"며 "금융시장 성장의 모멘텀을 내부에서만 찾지말고 해외 M&A에도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보기 드물게 경제 주체들의 '대차대조표'가 튼튼하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며 "특히 금융기관들은 론스타가 한국에서 '대박'을 낸 것처럼 해외에 나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의 기회를 노려야한다"고 당부했다.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내선지 한국 금융시장과 투자자에 대해 많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새로운 경제 질서란 무엇인가
"자원자산이 많은 나라, 인구가 많은 나라를 강국이라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지금은 자본의 국가간 장벽이 사라졌다. 한국이 고래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98년, 2002년 구조조정을 거쳐 대차대조표가 매우 깨끗해졌다. 이게 힘이다. 이점에서 한국은 경쟁력이 매우 높다. 이번 금융시장 혼란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당장은 시끄럽겠지만 잘 준비하면 한단계 레벨업될 수 있다."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공적, 사적 영역을 가리지 말고 일단 리더십을 바탕으로 전략과 비전을 세워야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 70년대 수출 대국이라는 전략을 추진할 때보다 지금은 여건이 낫다. 금융자산이 매우 많다. 한국은행도 달러나 채권말고 새로운 걸 찾아 개발하고 투자해야한다. 가령 2500억달러의 외환보유고중 500억달러는 과감하게 투자하는 식의 그림이 필요하다.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도 세계로 진출해야한다. '채권과 증권비율을 얼마로 해야하는가'를 놓고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이는 큰 그림을 못보는 것이다. 규제를 풀어주고 토론해야한다. 책임이 무서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주 오래전부터 주장한 얘기다."


-우리도 금융강국에 대한 공감대가 있다. 현재까지 점수는 어느 정도인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한국은 대부분 중요한 고비 때마다 남에게 끌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외환위기, 신용카드 사태도 일이 터진 후 수습하느라 바빴다. 잘되는 나라는 좋을 때 위기에 대비한다. 시험에 닥쳐 밤을 새는 수험생이 되지 말자. 해외 금융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잘 활용해야한다. 무엇을 고치고 준비해야하는지 토론하고 여론을 형성해야한다. 론스타가 훌륭한 교범이다. 이에 대해 감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정작 배워야할 게 무엇인지 한국이 무엇을 잘 못했는 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미국에 가서 론스타처럼 돈을 벌어야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떻게된다고 보는가
"경제, 금융의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매섭고 일본도 디자인 중심에서 벗어나 이전처럼 생산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산업의 위기를 살려 한단계 올라서 않으면 다시 '제조업에서 빠르게 변화해야 살아남는다'는 거센 압력을 받을 것이다. 위에서부터 이를 깨우쳐야한다."

-대통령을 잘 뽑아야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은 루빈이라는 인재를 잘 두었다. 대통령이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다. 달러화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금융시장에서 중앙은행의 역할도 많이 줄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돈이 수출될 길을 터주는 것 밖에 없다. 그리고 큰 그림을 제시하는 것이다."

-월가의 대형 IB를 살 수도 있어야한다는 말의 의미는
"우습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미 미국 금융주중 PER가 8배, PBR이 1배 안팎인 기업이 있다. 한국 금융주보다 싸다. 인수를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 한국기업들은 차분하게 밸류에이션을 높여야한다. 비싼 기업은 싼 기업을 살 수 있다. 기존 현금에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10조, 20조원을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90년대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미국 기업을 인수해 왜 실패했는지도 연구하자. 도이체방크가 인재가 넘쳤던 뱅커스트러스트를 인수했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 표준을 미국에 심으려하지 말고 철저하게 사업가적인 관점에서 해야한다. 한국은 반도체도 했고 석유 한방울 없이 화학산업도 일궜다. 잠재력이 있다. 위험을 떠안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위에서 판단해 위험을 관리(헤징)하면 저절로 많은 문제가 풀린다. 국내 기업 인수를 위해 국내 업체들이 대거 달라붙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능력이라고 볼 수 없다."

-기회는 언제쯤 올 것으로 예상되는가
"어려운 문제다. 신용경색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세계 금융시장은 금리 스프레드 하락과 변동성 하락을 수반하며 장기간 호황을 누렸다. 높은 수익을 위해 레버리지를 늘리는 등 많은 위험을 떠안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구조가 바뀌고 있다. 스프레드는 확대되고 변동성은 증가했다. 주가수익도 급하게 떨어질 것이다. 높아지고 있는 변동성이 다시 하락하는 시기가 투자의 적기다. 그 시기는 1년반 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급변하는 한국 자산운용업계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 운용업계는 20년전에 유행한 뮤추얼펀드 판매와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이후 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가 빠르게 성장했는지 감독당국과 업계가 고민해야한다. 좋은 상품이 계속 나오지 않으면 돈이 몰리지 않는다. 모 운용사의 경우 밖을 보는 전략은 긍정적이지만 자산의 90%나 주식에 '베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주식은 언젠가 한번은 터진다. 주가가 40%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게 운용전략이다. 특히 해외에 나갈 때는 남다른 준비를 해야한다. 전문화된 인력과 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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