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 자금난 원인은 쌓이는 '재고'

머니투데이 이승우 기자, 박준식 기자 2007.08.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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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만들면 1개 이상 재고..은행권 추가 차입 막혀 자금확보에 '사활'

코스닥 LCD 부품업체 우영 (0원 %)의 자금조달 전선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2004년 4월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수훈하고, 같은해 12월 수출 2억달러 탑을 수상하는 등 기술과 규모면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평가됐지만 지난해부터 업황이 위축된 가운데 재고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고 자금사정은 급격히 악화됐다.



1년내에 만기 도래할 차입금을 상환하고 운전자금으로 쓸 현금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고수준 '심각'= 지난 6월말을 기준으로 현재 우영의 재고자산 잔액은 1192억원이다. 이를 총자산(3240억원)과 비교해 만든 재고율(재고자산합계/기말자산총계×100)은 36.80%에 달한다. 제품 10개를 만들어 4개 가까이 재고로 쌓아두었다는 얘기다. 재작년 31.20%였던 재고율은 지난해 37.5%를 기록, 최고점을 찍은 후 올해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경쟁사인 태산LCD와 디에스LCD의 재고율이 같은 기간 각각 5.1%, 4.3%인 것과 비교하면 생산 및 재고관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심각한 문제는 쌓인 제품이 출하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자산 회전율(연환산 매출원가÷(기초재고+기말재고)÷2)이다. 지난해 3.1회이던 회전율은 올해 상반기 2.6회로 낮아졌다. 디에스LCD의 회전율이 같은 기간 37.2회에서 61.4회로 급격히 오르며 업황 개선을 반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영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셈이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가 않으니 현금 창출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우영의 주요 납품처인 삼성전자는 최근 40인치 BLU 물량은 한솔LCD, 46인치는 태산LCD, 52인치와 32인치는 디에스엘시디에 배분하고 있다. 또 8세대 라인 가동과 함께 앞으로는 신규 모델에 한해 물량배분 정책을 조정할 예정이다. BLU 기업이 부품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구매해 가격과 성능을 제안하게 한다는 내용이다. 현금을 확보하지 못해 설계와 구매능력이 떨어지면 향후 경쟁에서도 크게 불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 상황에서 우영은 과거 공격적으로 생산규모를 늘리기 위해 빌렸던 차입금을 갚아야할 시점에 직면했다. 막대한 재고로 운전자본 부담이 심한 상황에서 빚을 갚아야 할 날은 속속 도래하고 있어 자금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단기 차입금 '77%'= 우영의 2007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말 현재 총 차입금은 1671억원으로 이중 77%(1286억원)가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자금이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은행 차입금과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성 장기 차입금을 합한 금액이다.

이중 운영자금과 기업어음(CP) 등 일시적인 자금조달을 위한 순수 단기차입금은 946억2000만원에 달한다. 우영은 이를 산업은행과 농협을 비롯한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푸른상호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조달했다.

자금조달처를 2금융권으로 확대한 이유는 추가 자금융통을 위해 시중은행에 제공할 수 있는 담보가 이미 소진됐기 때문이다. 우영은 창동공장과 인천상가, 연수원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에서 외화 94만6000달러를 비롯, 약 387억원을 대출한 상태다.

여기에 추가로 담보를 내놓을 수 있는 자회사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특히 우영이 지분의 81.29%를 가진 우영정보통신(평택공장 소유)의 경우 결손 누적으로 2005년 이후 자본금을 거의 까먹은 상태다.

◇13.49% 초고금리 사채 발행= 담보부족으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되자 우영의 자금조달 금리는 치솟았다. 지난 2005년까지 우영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의 보장수익률은 5%였지만 지난해 1월에는 8.76%로 급등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영은 중국공장 투자자금과 단기차입금 상환을 위한 현금을 국내에서 조달하기 위해 채권발행을 타진했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이라 마땅한 소화처가 없는데다 거의 유일한 투자처인 투신사 하이일드펀드 편입도 여의치 않아 발행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우영은 고육지책으로 최근 리보(LIBOR, 영국 런던에서 우량은행끼리 단기자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금리)+8%, 즉 시세대로라면 13.49%라는 고금리에 4500만 달러(약 430억원) 규모의 해외 사모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키로 했다. 70%가 넘는 단기차입금의 비율을 줄여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한 조치다.

◇추가자금 확보가 회생 관건= 고금리에 발행한 사채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해말 기준 우영의 에비타(EBITDA, 세금 및 감가상각비 차감이전 현금영업이익) 마진은 360억원대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급격히 늘고 있는 재고와 과도한 차입금으로 인한 이자비용이 문제다.

우영의 이자비용은 2005년 106억원에서 지난해 120억원으로 늘어난 후 올해는 상반기에만 63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새로 발행하는 BW로 인한 이자 비용이 추가되면 이익은 더 줄게 된다.

이 때문에 은행권의 여신 만기연장과 저리의 추가 자금대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은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추가 여신은 향후 실적을 보면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영은 우리은행으로부터 150억원 안팎을 차입한 상태로 만기는 오는 9월이다.

우영에 총 600억원 빌려준 산업은행도 지난 7월과 8월 도래한 여신의 만기를 연장했다. 우영은 현재 정상 기업으로 분류돼 있어 9월 만기 도래분에 대해서도 (연장에) 문제가 없다는게 산업은행의 입장이지만 추가대출과 관련해서는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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