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도 미국기업 사냥 나섰다

머니투데이 김병근 기자 2007.08.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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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서 게이트웨이 인수, 세계PC시장 지각변동

중국기업 뿐만이 아니라 대만 기업도 미국 기업 사냥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레노보가 미국 PC 산업의 원조인 IBM PC 사업 부문을 인수한데 이어 대만의 유명 PC업체인 에이서가 미국의 게이트웨이를 인수, PC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이서는 미국 PC 업체 게이트웨이를 7억1000만달러, 주당 1.90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게이트웨이의 24일 종가에 57%의 프리미엄이 얹혀진 수준이다.



양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두 회사의 이사회가 모두 만장일치로 이번 협상을 승인했다"며 "모든 절차는 12월 이전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서는 이번 M&A로 업계 3위에 올라서며 델 HP에 필적할 몸집을 키우게 됐다.



JT 왕 에이서 회장은 "PC 업계에서 규모가 지금보다 더 중요했던 때는 없다"며 "게이트웨이 인수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만큼의 규모를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이서는 M&A로 레노보와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면서 동시에 델과 HP를 추격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지난해 현재 양사의 글로벌 매출 합계는 1860만대로 1660만대의 레노보를 뛰어 넘는다.


에이서와 게이트웨이의 올해 2분기 점유율 합계는 10.8%로 HP(23.6%)의 절반에 약간 못 미친다.

현재 주요 PC업체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델이 27.3%으로 1위, 휴렛팩커드가 23.6%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이서가 이번 거래를 통해 미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연구기관 가트너의 트레이시 차이 애널리스트는 "이번 M&A는 글로벌 PC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에이서가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M&A는 레노보에게 비보가 아닐 수 없다. 레노보는 업계 3위 자리를 놓고 에이서와 치열하게 경합해 왔다. 또 레노버는 유럽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네덜란드 업체인 패커드 벨 인수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게이트웨이가 패커드 벨에 '우선권'을 갖고 있다. 게이트웨이는 2006년 패커드 벨의 사장인 중국계 미국인 존 후이로부터 우선권을 매입했다. 에이서와 한배를 탄 이상 레노보의 추격을 허용할 리 만무한 것. 따라서 패커드 벨도 에이서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과 대만이 PC 시장에서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과 대만이 세계 PC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결국 PC시장의 주도권이 가격 경쟁력이 탁월한 중국계 업체들로 넘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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