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P 공장 `콘듀잇`, 금감원이 키웠다

머니투데이 황은재 기자 2007.08.2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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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ABS 발행 여건 강화..콘드이트 ABCP급증

2004년까지만해도 6개에 불과했던 콘듀잇은 2005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다. 부동산 시장의 급성장으로 건설회사의 부동산관련채권과 PF 대출채권의 유동화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다 금융감독원의 PF ABS 발행요건 강화는 콘듀잇을 키운 촉매제가 됐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은 시공사인 건설사들의 우발채무 증가를 막고 PF 대출을 늘렸던 상호저축은행 등의 부실화를 막는 등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부동산 PF ABS에 대한 발행 요건을 강화했다.



금감원은 PF를 기초로 한 유동화사채 발행에 대해 토지 소유권 확보 등 개발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시작하도록 하며 부동산개발에 대한 사업성평가, 시공사의 채무인수 약정내역, 사업진행 상황등 공시를 충분히 보완하는 방향으로 유동화 조건을 강화했다.

그러나 정책적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컸다. PF 유동화사채 발행은 감소했지만 오히려 만기가 더 짧은 PF ABCP 등으로 유동화 수단이 중심축이 이동했다. 금감원의 규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부동산 PF가 활로(?)를 찾은 곳은 상법상 유동화회사(콘듀잇:Conduit)였다. 금감원의 규제가 콘듀잇을 키운 셈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 PF ABS의 59.8%였던 콘듀잇의 유동화 규모는 올 상반기에는 81.8%로 급증했다. 콘듀잇은 3개월이 넘는 유동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PF ABS의 대부분이 ABCP로 유동화됐다.

배창성 한기평 전문위원은 "2006년 하반기 부동산 PF 유동화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강화가 상법상 유동화회사(콘듀이트)를 통한 유동화 거래 증가세를 가속화시키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올 초 금감원이 "ABS 시장 참여자들의 자정 노력으로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PF 발행 실적이 2006년 상반기에 비해 급격히 감소했다"고 설명이 무색케 한 것이다.


유동화가 필요한 곳에서도 콘듀잇은 매력적인 수단이었다.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유가증권등록 의무와 공시·사업보고서 제출 필요가 없고 자산유동화법에 따르는 각종 신고와 보고 의무가 없어 유동화전문회사를 통한 유동화보다 약 20일 정도 단축 가능하다. 또 ABCP로 유동화할 경우 만기가 짧은만큼 금리도 낮다.



여기에다 규제에도 걸리지 않은 콘듀잇의 ABCP는 먹기 좋은 곳감으로 자리 매김했다. 콘듀잇를 만든 은행들도 손해볼 게 없는 장사였다. BIS 자기자본계산시 위험 가중치가 50%밖에 적용되지 않는데다, 유동화를 통한 장단기 금리차 수취는 짭짤한 수익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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