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두고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면서 주요 국가의 ABCP 차환 발행이 막혔다. 캐나다의 코벤트리는 17일에 3억2000만달러 규모의 차환 발행에 실패했고, 미국, 독일에 이어 영국도 ABCP의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용경색에 ABCP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ABS, 바통터치 혹은 풍선 ① `ABCP`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올 상반기 ABS 발행 규모가 전년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발행액은 13조8781억원으로 지난 상반기 14조3484억원에서 약5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국내 신평사들의 집계자료는 금감원이 집계하지 않는 상법상 유동화회사들의 발행 금액까지 포함하고 있다.
숫자만 보면 그동안 저축은행, 건설사 등을 해집고 다녔던 PF발 부실 가능성을 덜었다는 설명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좀 더 안을 들여다보면 `풍선을 누른 결과`일 뿐이다. 상반기 ABS 시장에서 유동화사채는 감소했지만 ABCP의 발행규모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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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금감원의 규제가 공헌(?)을 했다. 지난해 9월 금감원이 PF 유동화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PF 유동화사채 발행 기준에 미달하거나 단기로 자금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이 ABCP로 발길을 돌렸다.
ABCP 발행의 기초자산의 종류도 확대됐다. 부동산 PF ABCP의 발행과 함께 부채담보부증권(CDO)의 ABCP가 3조20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ABS시장은 만기가 긴 유동화사채에서 주로 만기 3개월 이내의 ABCP로 바통터치가 이뤄지고 있다.
ABCP, 바통터치 혹은 풍선② `Conduit`
PF ABCP를 만들어낸 주역은 콘듀잇(Conduit)이다. 콘듀잇은 정부가 자산유동화법을 만들어 세금혜택을 주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유동화전문회사가 아니다.
상법에 근거해 만들어진 주식회사로 유동화법에 의해 만들어진 전문회사와 달리 기초자산 유동화를 할 때마다 매번 회사를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고 한 번 설립만 하면 파이프에서 채권을 뽑아내듯 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할 수 있는 도관형 구조다.
다만 만기가 긴 유동화사채 발행은 불가능하고 유동화기업어음만 발행할 수 있어 `ABCP 콘듀잇(conduit)`이라고 부른다.
ABCP 발행시장은 콘듀잇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상반기 현재 콘듀잇이 발행한 ABCP 규모는 7조9312억원으로 유동화전문회사의 6429억원에 비해 10배 이상에 달했다. 사실상 `ABCP=콘듀잇 발행` 공식이 굳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상반기만 해도 콘듀잇의 발행 비중은 59.1% 정도였다.
오토론, NPL, 카드, 리스 등 전통적인 유동화자산들만이 유동화법상 유동화 전문화사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 마저도 발행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ABCP 시장은 콘듀잇의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콘드잇은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이후 `글로벌 신용경색 뇌관`으로 지목됐다. 미국 은행들이 콘듀잇을 통해 최근 가장 많은 증권을 발행한 시장은 바로 주택담보대출시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