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잘쓰면 약 잘못쓰면 독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2007.08.29 07:49
글자크기

분양가상한제 후 주택시장 변화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가 내달부터 모든 주택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분양시장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상한제와 청약가점제 시행으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가수요는 사라지고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주변의 아파트 시세 상승을 억제하고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문제는 분양가 인하폭. 당초 정부가 약속했던 20~30% 인하 효과에 못미친다면 수요자들은 실망하고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외면할 것이다. 상한제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오랜 전매 금지 기간과 재당첨 금지 등 감내해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비인기 지역의 미분양 증가와 이에 따른 중소 건설업체의 부도 등도 부작용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내집마련 기회 늘고 주택시장 안정=



분양가상한제와 함께 청약 가점제 도입으로 실수요, 특히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무주택 기간에 따라 최저 2점에서 최대 32점까지 가점을 부여받기 때문에 유주택자들에 비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분양가 하락에 따라 무주택자들의 주택 구입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함께 주택상승의 악순환 고리가 근절되는 것도 긍정적인 효과다. 그동안 거침없이 상승해온 분양가는 주변아파트 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분양가상한제 이후 분양가는 주변시세보다 낮게 책정된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강현구 실장은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고, 새 아파트 분양가가 다시 높아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겨 주택시장의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 양극화, 미분양 늘어날 수도=

청약통장 보유자들의 청약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아파트에 한번 당첨되면 최장 10년 동안 재당첨이 금지된다.

청약자들이 아파트를 신중하게 선택함에 따라 장기 투자가 유망한 곳은 청약자들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기존 새 아파트의 가치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매 제한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새 아파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인기 없는 지역과 지방의 경우는 지금보다 미분양 물량이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중소건설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미분양 증가에 따른 부도 업체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고급아파트 희소가치 높아질 듯=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고급품질의 아파트는 줄어들 게 된다. 이윤을 추구하는 건설업체가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주택의 질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A건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산정한 기본형 건축비가 민간주택의 브랜드 품질 수준을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상한제 이후 최근의 마감수준보다 훨씬 낮은 마감수준으로 주택시장에 공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마이너스옵션제 시행으로 청약자들은 분양가 이외 추가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민간 건설업체들은 분양수주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과 같이 재개발, 재건축 아파트 분양물량이 많은 곳은 분양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부담금의 증가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 자체도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건설업체들은 줄어든 이윤과 한 단계 높아진 사업성 검토로 수주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건설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은 기존 강화된 규제에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조합원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이 중단될 위기에 처할 것이며, 주택시장의 틈새상품인 주상복합은 더 이상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