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많은 외환은행 인수전 '삼국지'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7.08.2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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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HSBC·국내 후보들 '지략대결'

외환은행 (0원 %) 인수전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론스타가 HSBC은행과 배타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국민은행, 하나금융 등 다른 인수 후보자들을 자극하는 양상이다.

이번 인수전은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대한 법원 판결 △감독당국의 인수 승인 지연 가능성 △론스타의 탈출을 도와서는 안된다는 여론 △외국계 은행의 한국시장 추가 진입 논란 등 많은 변수가 산적한 가운데 진행된다. 론스타, HSBC, 국내 인수 후보자 등 3자가 어느 때보다 치밀한 전략, 전술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HSBC "외국계, 강점이자 약점"= HSBC의 강점은 외국계은행으로 상대적으로 협상에 자유롭다는 점이다. 국내 인수 후보자들이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정치적인 부담과 여론에 발묶인 사이 배타적 협상의 단계까지 진입했다.

HSBC는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관련해 법원에 계류돼 있는 사안이 이번 매각에 영향을 줄만한 내용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독당국이 법원 판결 전 인수 승인을 해주기는 어렵다는 사인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음에도 인수협상에 나선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원 판결 문제가 아니면 세계 2위의 금융사인 HSBC에 대해 인수 자격 문제를 제기하기 힘들다"며 "막상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승인을 신청하면 감독당국의 고민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이 결국에는 결정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내 주요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 비중이 70~80%를 웃돌고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직접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외국계은행으로의 매각을 용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SBC에 대한 감독당국의 시각이 긍정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음달 초부터 진행될 HSBC에 대한 검사가 상당한 강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은행 "여론에 발목, 전화위복 기대도"= 국민은행, 하나금융, 농협 등 국내 인수 후보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일단은 이러다 HSBC가 덜컥 인수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여론 등을 의식에 적극적으로 인수 협상에 나서지 못했던 것에 대한 불만도 잠재돼 있다. 론스타와 HSBC가 배타적 협상에 들어간 만큼 당분간은 협상 과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움도 배어나온다.

하지만 HSBC의 배타적 협상이 '전화위복'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HSBC의 적극적인 행보가 계속될 경우 국내 은행들의 운신의 폭도 함께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매각 협상이 달아오르면 자연스럽게 인수전에 가세할 여지가 생기고, 여론이 국내 은행들의 발목만 잡을 경우 '불공정한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SBC의 인수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 외국계 은행들이 추가로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들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HSBC의 인수 협상이 정리되면 국내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 "HSBC는 불쏘시개?"= HSBC의 적극적인 협상의지가 누구보다 반가운 쪽은 론스타다. 국내 은행들이 감독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리는 사이 식었던 인수전 열기가 다시 불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는 세계 2위의 막강한 금융회사가 협상 파트너로 등장해 믿음직스럽다. 여론의 눈치도 덜보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이 없다. 법률적인 준비나 강력한 네트워크를 동원하면 실제로 인수 승인을 받아낼 가능성도 있다.

HSBC와의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몸달은' 국내 은행들과의 추가 협상에 나설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국내 인수 후보자들은 HSBC와 론스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에 대비해 협상 전략 등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도 HSBC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이뤄지리라는 기대는 크게 하고 있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HSBC와의 협상 결렬 이후를 노린 고도의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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