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잠망경]SO 치솟는 몸값, 약? 독?

윤미경 기자 2007.08.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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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엠 지분 '고가매각' 논란… M&A 위축 후유증 우려

서울과 경기지역 케이블TV방송국 15개를 소유하고 있는 국내 2위의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씨앤앰(C&M)의 2대 주주는 누구로 바뀔까.

지난 22일 로이터통신은 호주 최대 투자은행인 맥쿼리 사모펀드(PEF)가 골드만삭스가 소유하고 있는 씨앤앰의 지분 30.48% 전량을 9억7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 증권가는 한바탕 술렁댔다. 씨앤앰의 매각가격이 너무 높았던 탓이다. 30% 지분을 9억7000만달러에 인수한다면, 씨앤앰의 가업가치를 3조원 넘게 평가했다는 결론이다. 제아무리 서울과 수도권의 '알짜' 권역을 독점하고 있는 MSO라고 해도, 전체 가입자가 200만명에 불과한 기업을 3조원 넘게 평가했다는 것은 누가봐도 이해하기 힘든 액수다.

케이블TV의 월평균 가입자당 수신료(ARPU)는 5800원~6000원선. 현재 매각설이 나돌고 있는 하나로텔레콤의 ARPU는 대략 2만4000원~2만5000원선이다. 36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고 케이블TV에 비해 ARPU가 5배 가량 높은 하나로텔레콤의 기업가치는 1조200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가입자당 평균 매출은 초고속인터넷이 훨씬 높은데 케이블TV와 유선통신업체의 기업가치가 이처럼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가입자 1명당 산정하는 가치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하나로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당 28만원 정도로 가치가 산정되지만, 케이블TV는 대략 60만원선으로 보고 있다. 이 차이는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된 초고속인터넷 시장과 소비자 선택권이 없는 케이블TV의 시장특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아무리 시장특수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씨앤앰의 9억7000만달러 매각가격은 '너무 터무니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씨앤앰 매각가격만 놓고 보면 가입자 1명당 가치는 140만원선이다. 가입자 1명당 가치가 시장평가보다 2배가 높은 셈이다. 이 덕분에 최근 며칠간 MSO 관련주들은 투자자들의 기대를 부추기며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사실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외신보도가 나간후 거래당사자로 지목된 측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있고, 씨앤앰도 주주로부터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매각을 위한 당연한 수순인 실사단 파견같은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모든 언론보도나 증권가 보고서는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을 뿐인데, 시장반응은 요란스럽기 그지없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여전히 걱정꺼리는 있다. 골드만삭스는 3년전 1400억원을 투자해 9000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되팔아 엄청난 수익을 남기겠지만, 종합유선방송(SO) 시장은 이번 사례로 기업 인수합병(M&A) 기회가 위축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권역구분이 있는 SO는 덩치를 키우려면 M&A밖에 방법이 없다. 그런데 실적대비 10배나 높은 값으로 SO를 인수하려는 곳이 그리 많을까. M&A에 나서고 싶어도 가격때문에 주저할 것이다.

씨앤앰처럼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하는 SO들은 모두 기간통신사업자다. 따라서 전기통신사업법 6조에 의해 외국자본 15% 이상이면 정통부로부터 '공익성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외국자본은 기간통신사업자 지분을 49% 이상 소유하지 못하게 금지돼 있다. 로이터통신은 맥쿼리가 골드만삭스 지분 30% 외에 나머지 70% 지분도 인수하기 위해 협상중이라고 보도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SO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규제리스크가 크고 선집행해야 하는 투자에 비해 매출성장 비중은 제한적이다. 씨앤앰 매각가격이 사실이든 아니든, 본질가치를 외면한 매각가치는 후유증을 동반할 우려가 있다. M&A에 의해 기업가치가 결정되는 것보다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기업가치가 그 기업의 진정한 성장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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