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모순과 협잡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8.26 09:14
글자크기
폭락했던 주가가 급등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을 때 기고만장했던 세력들은 낭패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다.
잃어버린 돈에 대한 회한 때문에 심리까지 황폐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2000선까지의 거품랠리, 1600대로 추락, 그리고 1800대로 급등하는 현재 상황을 3단계 국면으로 구분하고 복기하기에는 그동안 무분별하게 펼쳤던 사상누각의 논리가 사고의 유연성을 저해할 것이다.
양심에 걸려서 손을 놓았을리는 만무하고 격변하는 시장을 핑계로 어떠한 판단도 접고 짐짓 관망자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듯 여유를 부린다면 위선이다.

미국은 진정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초강수를 두고 있다. 재할인율을 인하한 뒤 초우량 은행에게 강제로 대출(Discount Window Program)을 받게 하고 시중 유동성을 급격히 높이기 위해 자본금의 10%로 제한된 자회사 대출 규정도 면제시켰다.



중앙은행(FRB)의 지원을 받게 되면 불량 금융기관으로 낙인 찍히고 파산으로 몰린다는 통념을 부수기 위한 무리수를 뒀다.
이제 씨티은행과 BOA는 準중앙은행의 입장이 됐다. 또 다시 지급불능과 환매정지를 선언하는 금융기관이 나오지 않도록 알아서 지원하라는 임무가 하달된 것이다.

어찌됐건 미국 3대 주가지수는 또 한번 1%을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37%까지 치솟았던 S&P500 변동성 지수(VIX)는 20%선으로 급락했다.
엔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엔/달러환율이 아직 117엔선을 회복하지 못했지만 엔/유로환율과 엔/스위스프랑 환율 등 엔크로스는 주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엔캐리가 확산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일 때나 엔캐리 청산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 모두 엔크로스 환율이 먼저 움직이고 엔/달러환율이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엔크로스 환율이 선두에 서고 엔/달러는 엔 움직임을 가속화시키는 추진체다. 따라서 엔크로스 환율이 추가 상승한다면 엔/달러환율이 다시 120엔대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952.3원까지 오르면서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던 원/달러환율은 940원선으로 내려섰다. 주가가 계속 뜨고 엔화 약세가 더 진행된다면 930원대로 내려설 것이 확실하다.
1.272%까지 폭락했던 미국 1개월물 재무성증권(T-Bill) 수익률은 4%대로 반등했다.
며칠만 더 상황이 호전되면 주식, 채권, 외환 3대 시장이 모두 악몽의 사태를 과거의 해프닝으로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않다. 폭락하던 홍콩 항생지수가 폭등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금리 추가인상과 중국인의 홍콩 주식투자 허용이 동시에 나온 것도 그렇고, 약세로 돌아서던 중국 위안화 환율이 주말장에서 다시 강력한 강세를 보인 점도 그렇다.
어딘가 모순이다. 미국이 사생결단하고 있으니 모순을 따진들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 협잡(Subterfuge)의 느낌은 좀처럼 부인하기 어렵다.


닷컴버블 붕괴 때처럼 금리를 낮추는 건 아마도 FRB가 최후에 선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중국이 더 이상 디플레 수출국이 아니고 방만한 유동성이 이번 사태의 근본이었기 때문에 자멸을 각오하지 않는 한 시장 요구와 달리 금리인하가 옳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순과 협잡으로 점철되는 과정은 비상상황일 뿐이다. 정도를 벗어난 조치는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며 반드시 후유증을 수반하게 된다.

87년 그린스펀 연준리 의장 취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20년 세월만을 본다면 금리를 1%까지 낮췄던 것이나 현재처럼 물불 안가리는 정책이 시장을 위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 원리를 벗어난 사술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는데 금융공학과 자산유동화는 너무 많이 나갔다. 볼커 연준리 의장 시절처럼 중앙은행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때 시장은 정도를 걸을 수 있다. 물론 자산시장 거품 제거를 인정할 때 얘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