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의 라베는 이븐 파나 그 언저리를 몇 번이나 치면서도 좀처럼 언더파로 진입하지 못해서 안달을 하던 시절이었다. 될 듯 될 듯 하면서도 도망가 버리는 언더파의 꿈. 90을 깨거나 80을 깨려고 노력했거나 하고 있는 많은 골퍼가 경험했을 바로 그 감질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팔자에 언더 파는 없나 보다 라고 포기 아닌 포기를 하고 있을 무렵, 언더 파는 기대와는 달리 전혀 엉뚱한 기회에 평범하고 수수한 모습으로 찾아 왔다. 초보 후배를 데리고 플레잉레슨을 하던 날이었다.
스코어를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그저 선생으로서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겠다는 정도의 경계심만 있었다. 그리고 내 골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골프가 그날의 중심이 된 날, 내 샷에 대한 생각에 머물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그런 날에 언더 파는 도둑처럼 찾아왔다.
동반자들 모두 골퍼에게 있어 한번이라도 언더파를 쳐본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애써 대단한 의미가 있음을 설명하고서야 겨우 축하를 받아내는 썰렁하고 쌩뚱맞은 분위기에 사실 내 자신도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두 번째의 3 언더라는 스코어도 상황은 비슷했다. 연배가 나보다는 더 드신 어르신들 2분을 모시고 플레잉레슨을 하던 날이었다. 연세는 드셨고 구력도 어쩌면 나보다 오래된 분들이지만 100타 내외를 치시는 분들이라 사실 그리 부담스런 자리도 아니었다.
무심히 휘두른 샷들이 신들린 듯 딱딱 핀에 가서 붙어주는데 두 분의 반응은 선생이니까 의례 잘하는 것이려니, 특별한 축하도 칭찬도 없고 내 샷과 스코어에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버디를 7개나 잡으면서 3언더를 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한 골프를 친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골프였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좀 더 잘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여지가 많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세 번째의 언더 파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나의 라베는 세번 다 레슨 라운드를 하면서였다. 그런 라베의 날들을 돌아보면서, 내 골프가 아니라 남의 골프가 라운드의 중심이 될 때 좋은 스코어를 내게 된다는 역설을 발견한다. 한 발 더 나아가면 뭔가 잘해보겠다는 의지로는 기록의 향상이란 참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큰 실수 없이 라운드를 마치겠다는 소박한 바람과 거리를 내겠다거나 꼭 파나 버디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애초에 있지도 않은 마음의 상태가 생애 최고의 스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마음골프닷컴 대표)
☞김헌 교수의 <마음골프닷컴>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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